[Travel]열정적인 춤… 강렬한 북소리… 日 마쓰리엔 재미-볼거리 풍성

동아일보 입력 2010-10-01 03:00수정 2010-10-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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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열리는 ‘한일축제’에 선보이는 공연 日서 미리보니
이와테 현 모리오카 시내에서 펼쳐지는 산사 오도리에서 미스 산사 5명(푸른 옷)이 북 합주를 하며 뒤따르는 행진을 산사 춤을 추며 이끌고 있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매년 가을 서울 도심에서는 ‘한일축제 한마당’이 펼쳐진다. ‘한일국교 정상화 40주년’을 맞은 2005년 ‘한일 우정의 해’ 행사로 시작해 벌써 여섯 번째로 올해는 ‘오랜 역사와 밝은 미래’를 주제로 2일과 3일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이틀간 열린다.

일본에서는 ‘마쓰리(축제)’가 전국에서 연중 쉼 없이 펼쳐지는데 우리와 달리 ‘열띤 참여’와 ‘토속문화의 계승’이 돋보인다. 그 현장을 8월 초 기타도호쿠 3현(아오모리 이와테 아키타)의 마쓰리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
○ 이와테 현 모리오카 시의 ‘산사 오도리’


8월 2일 오후 4시 모리오카 역(이와테 현). 이와테 현이 자랑하는 여름축제 ‘산사 오도리’(올해 33회)의 둘째 날로 퍼레이드 개시(오후 6시)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은 이른 시각이었다. 그런데도 거리는 축제 일색이었다. 기모노 차림에 곱게 화장하고 한껏 머리단장을 한 예쁜 아가씨가 저마다 북과 피리 등을 들고 활보했다. 또 역 앞은 축제를 보러 온 다른 지방의 단체관광객들로 붐볐다.

산사 오도리 퍼레이드 장소는 모리오카시청 앞 대로(大路) ‘주오도리’의 800m 구간. 오후 6시 북소리와 동시에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미스 산사로 선발된 아가씨 5명을 선두로 7열로 늘어선 대규모의 춤 행렬이 전진했다. 일본의 겨울축제는 더러 취재한 적이 있었지만 여름축제는 내게도 처음. 그래서 별반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그런데 산사 오도리 행진과 만나는 순간. 그 생각은 180도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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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사람인 나도 빠져들 만큼 재미와 볼거리가 있어서다. 그 핵심은 열정적인 춤동작과 강렬한 북소리의 역동성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흥취. 출연자들은 수천 개의 북장단과 피리음률에 맞춰 춤동작을 하면서 ‘하라하라 하라세’를 연방 합창하며 행진했다. ‘산사’란 ‘여차 여차’ 하는 추임새, ‘오도리’란 춤. 해석하자면 ‘산사 오도리’란 ‘함께 춤을 추자’는 권유다.

춤과 연주를 병행한 이런 행진은 무려 2시간 20분이나 이어졌다. 시청 현청 동네 학교별로 팀을 구성해 제각각 복장을 갖춰 행진하는데 유치원 어린이도 부모와 함께 참가했다. 이게 그저 강 건너 불구경 식의 볼거리로만 이어지는 우리의 축제와 다른 점이었다. 일본의 축제는 이처럼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졌다. 관청 주도의 한국 축제와는 전혀 다르게. 더 감동적인 것은 참가한 이들 스스로가 한껏 즐기는 분위기였다. 이날 퍼레이드 참가자는 팀을 구성해 출연한 6000명과 흥에 겨워 즉석에서 참가한 관람객 2000명 등 8000여 명. 지난해 나흘간 총 참가자는 3만4000명을 기록했다. 출연자가 든 악기 중에는 태고(손에 들고 치는 작은 북)가 가장 많은데 지난해 태고 1만2000개는 기네스북에도 기록(일본 북 동시연주 부문)됐다. 지난해 관람객은 123만 명. 이 중 외지 관광객이 절반이나 됐다.

○ 아오모리 현의 ‘아오모리 네부타’

올 아오모리 네부타 마쓰리에 출품된 22개 대형 네부타 가운데 번개신을 소재로 한 네부타. 무게가 1t가량으로 20명의 장정이 밀고 간다.
네부타 마쓰리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2005년(한일축제교류 첫해)과 지난해 한일축제한마당을 통해서다. 네부타는 무게가 1t가량 나가는 초대형 등롱. 뼈대(철사)에 반투명 표피를 입히고 그 안에 전등을 밝히는데 표피 전체를 꽉 채운 그림이 네부타 핵심이다. 주로 수호지나 삼국지 혹은 신화에 등장하는 장수의 얼굴을 만화처럼 희화화해 그린다. 8세기 중국에서 온 이 칠석 축제는 장군의 얼굴로 귀신과 액운을 내쫓기 위한 것이다.

8월 3일 오후. 퍼레이드가 펼쳐질 거리는 텅 비워진 채 주변에 관람석이 차려졌다. 땅거미가 내려앉자 거대한 네부타 수레가 등장했다. 바퀴로 움직이는 수레는 장정 20명이 달려들어 밀고 당기며 행진했는데 재미를 더하기 위해 관람석을 향해 질주하다가 급정거하거나 급회전하는 ‘묘기’도 보였다. 네부타 마쓰리도 ‘산사 오도리’와 다르지 않다. 네부타를 제작한 회사 사원과 동네 주민이 수레 뒤를 따라 걸으며 악기 연주와 춤과 더불어 구호를 열창했다.

청계광장에 등장한 네부타를 만든 장인 야니가야 마사히로 씨(46)를 이날 만날 수 있었다. 스무 살부터 네부타를 만들었다는 그는 “대형은 250kg의 철사와 1000개의 전구, 660kg의 발전기로 구성되며 축제 후에는 해체한다”면서 “그림에서 풍겨지는 중량감이 네부타의 핵심인데 15명이 석 달 걸려 만든 올해 것은 제작비가 420만∼600만 엔(약 5700만∼8200만 원) 들었다”고 말했다. 네부타 퍼레이드는 1720년부터 시작됐고 올해는 대형 22개와 소형 60개가 출연했다. 이날 거리 퍼레이드를 참관한 이는 38만 명. 나흘 축제 동안 300만 명가량이 다녀간다.

○ 아키타 현의 ‘아키타 간토 마쓰리’

아키타 시(아키타 현)의 여름축제 간토 마쓰리. 46개 등롱이 매달린 간토를 어깨에 올려 세우는 묘기를 선뵈고 있다.
간토는 ‘장대에 매단 등롱’. 길이 12m 장대에 여러 층으로 등롱이 달렸다. 이것은 벼이삭을 상징하는 물건. 그래서 풍년을 비는 수확 기원 축제다.

8월 3∼6일 열린 간토 마쓰리도 도심가도(아키타 역 앞) 퍼레이드 형식으로 진행됐다. 4일 오후 7시. 등롱마다 촛불을 밝히고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는 71개 팀에 얼추 3000명.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남녀가 동네, 회사, 학교별로 팀을 이뤘다.

등롱 46개의 간토 한 개 무게는 50kg. 여러 명이 함께 들고 가다가 멈춤 신호가 들어오면 한 사람이 장대 끝을 깍지 낀 양손 바닥에 올린 뒤 일으켜 세운다. 축제는 이때부터. 높이 12m의 장대 양편에 층층이 모두 46개의 등롱을 매단 간토 250개가 일시에 밤하늘에 치솟는 순간 30만 명의 관람객과 참가자가 내지르는 함성과 박수 소리로 아키타 시의 한여름밤은 간토 마쓰리 열기에 휩싸였다.

300년 역사의 간토축제는 좀 유별나다. ‘묘기 겨루기’ 형식이어서다. ‘간토 배틀’인 셈인데 이때부터. 쓰러뜨리지 않고 들고 있는 것조차도 묘기(30초에서 기껏해야 1분)인데 그걸 이마나 어깨에, 심지어 엉덩이를 삐쭉 내민 상태로 허리춤에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겨루기는 장대 잇기이다. 1.2m 장대를 한 개씩 잇대어 등롱 키 재기를 벌이는데 최고기록은 추가 7개(20.4m). 이쯤 되면 간토의 대나무기둥은 활처럼 휜 채로 공중에서 춤을 춘다. 지켜보다 보니 이 축제의 매력 역시 별났다. 아슬아슬한 묘기대결 중에 느끼는 긴장과 희열, 성취감과 단합심이었다. 축제라면 이 정도의 재미는 있어야 하지 않을지. 그저 구경꾼으로만 그치는 무덤덤한 한국의 축제. 그것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볼 좋은 볼거리였다.

○ 한일축제 한마당 2010

◇참관 정보=2, 3일 이틀간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다양한 체험행사와 공연, 축제가 펼쳐진다. 상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omatsuri.kr) 참조.

◇마쓰리 공연 ▽2일 △오후 2시 서울광장: 산사 오도리, 연희집단 ‘공간’ 한일 전통북 합동공연(40분간) △오후 8시 5분 서울광장: 간토마쓰리, 네부타(20분씩) ▽3일 △오후 3시 반 청계광장: 산사 오도리(30분간) △오후 6시 45분 서울광장: 간토마쓰리(15분간)

아오모리·이와테·아키타=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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