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70>湯誓曰時日은 害喪고 予及女로 偕亡이라 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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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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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맹자는 ‘시경’ 大雅 ‘靈臺’편을 인용하고 풀이해서, ‘어진 군주이어야 동산에 노니는 기러기들과 사슴들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에는 ‘상서’ 즉 ‘서경’의 ‘湯誓’편을 인용해서 ‘어질지 못한 군주가 진기한 동물들을 소유할 때는 그것들을 가지고 있더라도 즐길 수가 없다’는 반대의 사실을 입증했다.

‘湯誓’는 ‘서경’ 가운데서도 殷(은)나라 문서들을 모아 둔 商書(상서)에 들어 있다. 商은 殷의 다른 이름이다. 은나라 湯(탕)임금은 夏나라 왕 桀(걸)을 치려고 군사를 일으켰을 때 맹세를 했는데, 그때 정벌의 정당성을 강조하려고 하나라 백성이 걸왕의 虐政(학정)을 견디지 못해 이렇게 저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時日은 是日과 같다. 한문에서는 종종 時를 지시사 是처럼 사용한다. 日은 달력의 날짜가 아니라 하늘에 떠 있는 해이다. 害喪(갈상)은 ‘언제 없어지는가’다. 害은 ‘해칠 해’가 아니라 ‘어찌 갈’이니, 曷(갈)과 같다. 喪은 亡과 같아, 喪亡이란 복합어도 있다. 予는 백성이 자기 자신을 가리킨 말이다. 及은 ‘∼와 함께’로, ‘與’와 같다. 女는 ‘너 汝(여)’와 같다.

하나라 걸왕은 일찍이 ‘내가 천하를 차지함은 하늘에 떠 있는 태양과도 같으니, 해가 없어져야 그제야 내가 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백성들은 그의 학정을 견디다 못해 ‘이 해는 언제나 없어지려나. 만일 없어질 수만 있다면 내 차라리 그와 함께 없어져도 좋다’고 탄식했다. 걸왕이 하루라도 빨리 없어지면 좋겠다고 여긴 것이다. ‘時日은 害喪고’는 백성들이 군주를 저주하는 무서운 말이었다. 현대의 위정자도 시민과 好惡(호오)를 같이하지 않는다면 역시 이런 저주를 듣게 되지 않을지 누가 알랴.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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