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이 책]중국이 자유주의로 간다고? 꿈 깨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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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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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헤게모니 전쟁/에이먼 핑글턴 지음·이양호 옮김/496쪽·2만1000원/에코리브르

지난 30여 년간 연평균 9.6%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비상한 중국이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할 것인가.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게양되는 오성홍기에서 높아진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중국의 성장에 기대보다는 “부유하면서 권위주의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 30여 년간 연평균 9.6%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비상한 중국이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할 것인가.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게양되는 오성홍기에서 높아진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중국의 성장에 기대보다는 “부유하면서 권위주의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의 진로는 21세기 세계질서 변환의 뜨거운 감자다. 1979년 이후 중국은 죽의 장막을 걷고 개혁 개방 정책을 실시해 30여 년 동안 연평균 9.6%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세계사적 기록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점진적인 탈사회주의 체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구소련과 동유럽 국가들과는 판이한 체제전환 능력을 보여줬다. 아울러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해 세계화의 문명적 파고에 적극적으로 응전하고 있다. ‘용의 비상’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을 내포하며 그 영향은 가히 세계적이 될 것이다. 부강한 중국이 권위주의를 지나 민주적이 될 것인가, 중국의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기상이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포브스’와 ‘파이낸셜타임스’의 편집장인 에이먼 핑글턴의 ‘중국과 미국의 헤게모니 전쟁(In the Jaws of Dragon)’은 바로 ‘용의 비상’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에 하나의 답을 내린다. 핑글턴은 중국의 부상에 애매한 기대보다는 엄정한 우려를 나타낸다. 강장제를 먹고 굴기(굴起)하는 중국은 “부유하면서 권위주의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이 책을 통해 그 이유와 영향을 서술한다.

이런 맥락에서 핑글턴의 책은 ‘중국위협론’의 범주에 속하고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의 시각에 가깝다. 그러나 핑글턴은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세력경쟁론이나 거시적 문명결정론의 입장을 따르지 않는다. 그는 중국적 발전모델의 심층구조에 관심을 가지며 중미관계에 대한 관념적 상호작용, 특히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오해와 정책적 오류를 중심으로 제시한 가정을 논증한다.

핑글턴의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중국이 권위주의적이기 때문에 부강하다’는 권위주의적 발전론에 근거해 중국이 계속 부유해지더라도 결코 자유주의 국가가 될 수 없으며 유교적 권위주의는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2장에서는 중국이 부강해지면서 서구나 미국과 같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국가에 수렴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류라는 점을 깨우친다. 이러한 낙관적 기대는 다가올 재앙을 두고 “걱정하지 마라, 행복할 것이다”를 반복하는, 현실적이지 않은 미국의 중국 전문가나 파편적 사실에 근거해 오보를 남발하는 언론인들의 잘못된 지식 전파 때문이라고 핑글턴은 지적한다. 중국 자체의 위협보다도 미국의 환상적 인식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3장에서 중국의 발전체제는 국가주도형 경제(산업)관리, 강제저축에 의한 높은 저축률, 중상주의적 무역정책의 특징을 띠며 이는 일본으로부터 유래한 동아시아 발전모델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이 체제가 결코 미국식 자유 자본주의에 수렴되지 않을 것이며 성장과 국제수지의 측면에서는 미국 경제보다도 우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4장은 중국의 높은 저축률의 심층구조를 ‘국가에 의한 구조적 강제’로 규정한다.

5장은 중국의 권력체제를 유교주의적 국가주의로 규정하고 권력이 권력을 창출하는 메커니즘을 상술한다. 핑글턴에 따르면 중국식 권위주의는 유가·법가 전통의 ‘선별적 통제’라는 자의적 인치(人治)에 의해 운용된다. 따라서 현대 중국의 유교는 기왕의 마르크스주의처럼 정부의 비민주적 지배에 대한 철학적 정당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6장에서 그는 미국적인 자유주의가 중국에 스며들기는커녕 미국 사회의 주요 부문에까지 유교가 집요하게 스며들어 ‘유교적인 미국’이 확장되는 역설을 낳고 있다고 보고 있다. 7장에서는 일본이 미일동맹의 정치적 유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개혁·개방정책의 실행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발전의 실질적 후원자의 역할을 다했다고 봤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일본이 ‘용의 특이한 친구’이지 전전(戰前)의 적수도 향후의 앙숙도 되지 않을 것이라 단정한다.

8장은 미국의 정재계, 언론계와 더불어 학계에 중국의 로비와 기금제공에 의해 매수된 ‘유교주의자’ 친중파의 인맥이 양산된다는 증거를 열거한다. 이들은 국익과 과학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사익과 편견에 의존해 미국의 대중 인식과 정책을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결론은 9장에 나온다. 여기서 핑글턴은 냉전종식 이후 미국이 채택한 글로벌리즘이 권위주의 중상주의의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에 유리했고 미국에는 대규모 적자와 제조업의 공동화를 급진전시켜 제국의 쇠락을 유도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미국은 글로벌리즘을 조정해 민주주의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도 저축률의 상향화, 제조업의 재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모든 주장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적 권위주의 발전의 지속성이라는 거시적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핑글턴이 동원한 논거들은 저널리스트다운 예리함과 분석적인 치밀성을 함께 가진다.

먼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유교적 권위주의와 후기자본주의의 정치경제학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이 왜 ‘중국이 부강해지면서 자유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에 집착하는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동시에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원형을 제공한 일본이 어떻게 대미-대중관계를 이중적으로 관리하는지, 그리고 미국의 글로벌리즘과 자유주의 발전 모델이 동아시아, 혹은 중국식 권위주의와 중상주의에 비해 정치경제학적으로 취약한지를 알 수 있다.

끝으로 이 책은 중국 자체의 발전의 원천과 지속성, 그리고 그 영향을 이해하는 것과 함께 미국의 대중인식과 정책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를 더욱 더 잘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지닌다. 저널리스트의 예리함이 묻어나는 문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한 이양호 박사의 노고도 만만찮음을 부기한다.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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