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37>夫子之不可及也는 猶天之不可階而升也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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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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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貢의 공자 숭배는 점점 강도가 높아진다. ‘논어’ ‘子張’의 제23장에서는, 공자의 담장은 서너 길 높이라서 문을 통해 들어가지 못하면 종묘의 아름다움과 백관의 성대함을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제24장에서는 사람이 해와 달과의 관계를 끊으려 한다고 해서 해와 달의 빛에 손상을 입힐 수는 없듯이 혹자가 공자를 비방하여 공자와의 관계를 끊는다고 해도 공자의 덕에는 손상을 입힐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제25장에서는 공자에게 미칠 수 없음은 마치 하늘을 사다리로 오를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階는 ‘사다리 梯(제)’와 같은데, ‘사다리를 걸친다’는 뜻의 동사로 사용했다. ‘사다리로 오를 수 없다’는 말에 대해 주자는, 大人은 억지로 해서 될 수 있지만 성인의 경지로 化하는 것은 억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맹자’ ‘盡心(진심)·下’에서 ‘충실하면서 빛남이 있음을 일러 大人이라 하고, 大人이면서 저절로 化하는 것을 聖人이라 한다’고 했고, 張載(장재)가 ‘大人은 힘써서 될 수 있으나 化하는 것은 억지로 할 수 없으니 익숙히 함에 달려 있을 뿐이다’라고 풀이했던 것에 근거를 둔다.

연암 박지원은 1765년(영조 41년)에 叢石亭(총석정)에서 해돋이를 보고는 시를 지어 ‘만 길 깊은 바다에서 어느 누가 길어 올렸나, 이제야 믿겠노라 하늘도 오를 계단이 있음을(萬丈海深誰汲引, 始信天有階可陞)’이라 했다. 하늘과 바다의 절대 절연을 부정했다. 하지만 마지막에서는 ‘만인이 어제처럼 모두 바라보나니, 어느 뉘 두 손으로 받들어 단번에 올려놓았는가(萬物咸覩如昨日, 有誰雙擎一躍騰)’라 하여, 해가 하늘로 불쑥 솟아오르는 것은 돌연한 창조임을 말했다. 두 비유는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인간 삶의 모습을 절묘하게 상징한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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