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책읽기]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의 자작나무 숲길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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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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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덜커덩덜커덩 계속 달리고 유리창 밖의 밤은 칠흑으로 변하면서 정지하지 않고 움직였다. 밤은 살아 움직이면서 스스로를 만든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살로메를 따라 톨스토이를 뵈러 가다 러시아의 끝없는 대지를 보고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추었다고 했는데, 저 검은 시베리아는 그러고도 남았다.” 도스토옙스키의 도시 페테르부르크를 찾은 감회, 멜리호보 마을에서 마주친 안톤 체호프의 흔적,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가 탄생한 모스크바의 작가촌 페레델키노. 러시아의 거대한 대륙에서 탄생한 걸작들과 그 이야기들을 남기고 사라진 대문호들의 흔적을 최하림 시인이 2004∼2006년 두 차례 되밟아간 기록을 담아냈다. 요즘 쏟아지는 여행 산문집들처럼 사진 반, 글 반을 우겨넣거나 엉성한 일정을 나열한 책들과는 다르다. 글만으로도 그곳의 정취와 느낌, 감상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시인의 성실한 답사와 밀도 높고 시적인 문장들이 빛을 발한다.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최하림 지음·랜덤하우스)

최수진 기자 so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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