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정교한 터치와 힘… 일곱 번의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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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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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 리사이틀
기교 ★★★★★ 해석 ★★★★

지난달 27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 리사이틀은 정교한 터치, 날렵함, 힘 등 기교파
피아니스트가 갖춰야 할 덕목을 골고루 과시하며 피아니즘의 아르카디아(이상향)를 엿보게 한 무대였다.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지난달 27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 리사이틀은 정교한 터치, 날렵함, 힘 등 기교파 피아니스트가 갖춰야 할 덕목을 골고루 과시하며 피아니즘의 아르카디아(이상향)를 엿보게 한 무대였다.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각 음표의 음량을 정확히 달아내는 정교한 터치, 빠른 악구에서의 날렵함, 강렬한 부분의 압도적인 파워. 피아니스트라면 추구해야 할 기교의 세 가지 덕목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이 중에서 한두 가지만 두드러져도 ‘기교파 피아니스트’라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나아가 정교한 터치와 파워감이라는 두 과제는 ‘세련된 거한’이라는 말이 주는 인상처럼 때로는 서로 위배되는 속성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는 기교파 피아니스트에게 필요한 세 가지 덕목을 균형 있게 갖춰 피아노 명인기의 호화로운 향연을 만끽하게 했다.

초반부에 연주한 소나타 7번 등 스크랴빈의 곡에서는 ‘정교한 터치’와 힘이 돋보였다. 반(半)페달의 절묘한 사용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었다. 드뷔시를 잇는 감각주의 계보의 대가로서 스크랴빈이 악보에 담아낸 화려한 색채감을 생생히 살려냈다. 이어지는 슈만 ‘유모레스크’는 ‘날렵함’에 방점을 찍었다. 과장을 배제한 적절한 루바토(음표 길이의 의도적인 변화)가 슈만의 들뜬 듯한 흥취를 적확하게 표현했다.

중반부에 연주한 몸포우 ‘어린이 정경’과 알베니스 ‘평원’은 날렵함에 정교한 터치가 결합해 남국의 정취를 눈앞에 잡힐 듯 그려냈다. 기타의 분산화음을 모방하는 왼손도 또랑또랑하니 음표마다 ‘이(齒)가 고른’ 모습으로 실제 기타 명인의 연주를 연상시켰다. 기교의 세 덕목을 총체적 합(合)으로 통일한 부분은 마지막 곡으로 고른 리스트의 ‘단테를 읽고’였다. 팔을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뿜어내는 압도적인 음량은 경이로웠다. 후반부 88개 건반의 대부분을 쳐내려가는 거대한 스케일의 하행음형마저 기계로 깎아낸 듯 매끄러웠다. 작곡자인 리스트 자신이라면 이 곡을 볼로도스만큼 연주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족. ‘최근 콘서트 리뷰 별점에 인플레이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독자가 제기할지 모르겠다. 청중의 반응이 연주 품질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날 청중의 열렬한 환호에 볼로도스가 슈만 ‘숲의 정경’ 등 무려 일곱 곡의 앙코르로 화답한 사실을 귀띔하고 싶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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