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한국 옷 입은 서양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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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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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나무동산’ 쇠락해가는 양반가문 이야기
‘…칠거지악’ 미혼녀가 버려야할 심성은?

서양 연극의 고전을 한국적 상황에 맞춰 새롭게 창작한 연극 두 편이 다음 주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왕벚나무동산’(임도완 이수연 연출)은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일제강점기 경북 안동을 무대로 한 시대극으로 번안한 작품이다. ‘벚꽃동산’은 혁명 전 쇠락해가는 러시아 지주가문이 벚나무 가득한 영지를 경매에 넘겼다가 결국 그 집안 농노 출신에게 뺏기는 이야기를 담았다.

‘왕벚나무동산’은 이를 근대화 과정에서 쇠락해가는 조선 양반가문의 이야기로 바꿨다. 대형 회전무대와 12개의 긴 의자를 활용한 독특한 무대미학으로 제42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05년 초연 때는 ‘벚나무동산’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했으나 이번 무대부터는 실제 안동에서 자라는 한국 토종 수종의 이름으로 바꿨다. 2만∼2만5000원. 24일∼3월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889-3562

극단 서울공장의 ‘도시녀의 칠거지악’(유수미 연출)은 브레히트의 ‘소시민의 칠거지악’이란 무용극에서 영감을 얻어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여성의 고민을 풍자한 음악극이다.

브레히트의 원작은 행복을 찾아 도시로 떠난 안나 자매가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려야 할 일곱 가지 심성을 반어적으로 풍자했다. 이때 칠거지악은 기독교의 7대 죄악를 패러디한 것이다. ‘도시녀의 칠거지악’은 못생기고 뚱뚱한 백안나, 사랑을 믿지 않는 조안나, 출세를 위해 물불 안가리는 이안나 등 미혼여성 3명을 등장시켜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려야 할 심성(자존감, 희망, 공감능력, 죄책감, 동정심, 개척정신, 향수)으로 바꿔서 펼쳐낸다.

조선시대 유부녀에게 강요되던 칠거지악을 현대 미혼여성에게 반어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2006년 ‘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최우수작품상, 연출가상, 음악상 수상작. 2만5000원. 26일∼3월 7일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02-745-0334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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