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시차의 사회, 혹은 파격의 언어 유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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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차의 눈을 달랜다/김경주 지음/144쪽·8000원·민음사
◇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김민정 지음/132쪽·7000원·문학과지성사

시 동인 ‘불편’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갑내기 두 시인이 시집을 나란히 출간했다. ‘불편’은 전통 서정시 편향에 문제의식을 공유한 젊은 시인들이 이른바 ‘불편한 시’를 공유하고, ‘불편한 세상’과 소통을 도모한다는 뜻에서 2002년 결성한 동인이다.

김경주 시인(33)의 ‘시차의 눈을 달랜다’는 그의 세 번째 시집이자 제28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시집. 장르를 혼종하며 언어실험을 극단까지 몰고 갔던 두 번째 시집 ‘기담’보다 좀 더 편안하고 감각적으로 읽히는 시들을 수록했다. 서문에서 시인이 “여기를 ‘시차(時差)의 사회’라고만 부를게”라고 말한 것처럼 그는 공간과 시간, 기억의 격차에서 오는 그리움과 불안 애도의 감정들을 멀미, 현기증, 여진 같은 ‘시차’의 개념으로 형상화한다. 곳곳에서 시인의 예민하면서도 감성 넘치는 통찰을 접할 수 있다.

김민정 시인(33)의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는 그의 두 번째 시집이다. 과격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과 비속어를 포함한 거침없는 시어들은 때론 난감하고 때론 불편하게 느껴질 만큼 개성 넘친다. 시인은 외면하고 싶거나 굳이 되새김질하고 싶지 않은 기억과 수치감, 일상의 욕망과 성적 판타지를 언어유희와 농담, 해학을 통해 자유분방하게 펼쳐낸다. 문학평론가 김인환 교수가 ‘해설’에서 지적하듯 그의 시에서는 “복수가 악수가 되고 페니스가 페이스가 되고 남편이 남의 편”이 된다. “파격과 탈격, 파편과 우연”이 가득 찬 시에서 이 시인만의 색다른 사유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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