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81>不逆詐하며 不億不信이나 抑亦先覺者가 是賢乎인저

  • 동아일보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심리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讀心術(독심술)을 (취,타)摩(췌마)라 한다. 전국시대 때 遊說(유세)를 하던 사람들은 군주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했다. 蘇秦(소진)은 그 기술에 특히 뛰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상대의 마음을 推察(추찰)하고 臆測(억측)하는 데는 한도가 있다. 더구나 늘 疑心(의심)에 사로잡힌다면 내 마음이 평안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사람 마음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明晳(명석)하다고 할 수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논어’의 ‘憲問(헌문)’에서 공자는 나의 마음을 투명하게 지니라고 가르쳤다.

逆은 아직 이르러오지 않았을 때 미리 맞이함이다. 詐는 欺瞞(기만)이다. 逆詐는 곧, 남이 나를 속이지도 않거늘 저자가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닐까 지레짐작함을 말한다. 億은 臆과 같다. 不信은 남이 나를 믿지 않고 의심함이다. 億不信은 즉, 남이 나를 의심하여 믿지 않는다고 지레짐작함을 말한다. 抑은 위의 문장을 한번 눌러 의미를 一轉(일전)시키는 접속사다. 先覺은 상대의 진위를 직각적으로 헤아려 기만당하지 않음을 말한다. 미리 깨친 사람을 先覺이라 부르는 것과 다르다.

일의 幾微(기미)를 類推(유추)하고 料量(요량)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남이 나를 해치고 나를 의심하지 않나 지레짐작하는 逆臆(역억)은 스스로를 병들게 할 뿐이다. ‘주역’에 보면, 의심이 있으면 귀신이 수레에 가득 보인다고 했다. ‘열자’도 疑心이 많으면 여러 망상이 보인다는 뜻에서 疑心暗鬼(의심암귀)라는 말을 했다. 지금, 불신의 풍조가 우리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를 어쩌랴.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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