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77>君子는 恥其言而過其行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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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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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憲問(헌문)’편의 이 장에서 공자가 한 말은 두 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중용’에 부족하기 쉬운 것인 행실은 감히 힘쓰지 않을 수 없고 넉넉하기 쉬운 것인 말은 감히 다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주자는 恥其言과 過其行을 분리해서, 恥란 감히 다하지 못한다는 뜻, 過란 넉넉하게 하고자 한다는 뜻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而가 之로 되어 있는 텍스트가 있다. 그렇다면 공자의 말은 ‘군자는 말이 행동보다 지나침을 부끄러워한다’로 풀이할 수 있다. ‘潛夫論(잠부론)’에도 “공자는 말이 행동보다 지나친 것을 미워했다”고 했다. ‘禮記(예기)’에는 “군자는 말만 있고 덕이 없음을 부끄럽게 여기고 덕이 있어도 행실이 없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고 했다. 모두 ‘里仁(이인)’편에서 공자가 ‘옛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내지 않은 것은 실천이 말에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라고 한 뜻과 통한다.

‘장자’에 보면, 子貢(자공)이 原憲(원헌)을 만나본 후 자기 말이 행동보다 지나침을 부끄러워했다는 고사가 있다. 원헌은 집을 생풀로 덮고 쑥대 문을 내고 살며 비가 새어 습기가 차는데도 개의치 않고 꼿꼿이 앉아 현악기를 타고는 했다. 자공이 큰 말을 타고 찾아가자 원헌은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수척한 모습으로 맞았다. 자공이 “어찌 이리도 병이 드셨소”라고 하자 원헌은 “내가 들으니,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우고도 행하지 못하는 것을 병이라 한다 합디다. 나는 가난할 뿐이지, 병이 든 것은 아니오”라고 했다. 자공은 몹시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공자는 言行一致(언행일치)와 務實力行(무실역행)을 강조했다. 우리도 늘 말이 행동보다 지나치지 않는가, 猛省(맹성)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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