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발굴 창녕 가야고분 순장자 인골 분석해보니
20대 남자 발가락 제거하고사슴뼈 깎아 끼워 넣은듯전례 없는 ‘미스터리 순장’
16세 여성 얼굴 복원 경남 창녕군 송현동의 6세기 가야 고분에서 출토된 16세 여성 순장자의 두개골①. 귀고리를 차고 있다. 인골을 토대로 복제 뼈를 만들어 조립한 모습②과 피부를 입힌 모습③. 사진 제공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1500년 전 16세 가야 소녀는 왜 순장당해야 했을까. 한 남성 가야인의 발가락은 어디로 가고 사슴뼈로 만든 발가락이 무덤에 묻혔던 것일까.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경남 창녕군 송현동의 6세기 가야고분(송현동 15호분) 순장자 4명의 인골을 컴퓨터 단층촬영, 3차원 정밀 스캔, DNA 검사, 방사성탄소연대측정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이 고분에서 4명의 인골을 발굴한 것은 2007년 12월. 봉분 지름이 20m에 달하는 규모로 보아 무덤의 주인공은 가야의 최고 권력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도굴꾼이 지나간 뒤라서 주인공의 인골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후 2년에 가까운 분석 결과 순장자는 남자 2명, 여자 2명이었다. 사망 연대는 6세기 초. 여성 한 명은 16세 정도, 나머지 세 명은 20대였다. 가야문화재연구소는 “모두 잡곡보다는 쌀 보리 육류 등을 섭취해 양호한 영양상태였으며 외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자연사가 아니라 중독 또는 질식에 의해 사망시킨 뒤 순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동귀고리를 착용한 채 발굴된 16세 소녀는 키가 152cm였고 사랑니가 아직 턱 속에 남아 있었다. 뒤통수뼈에서 다공성뼈과다증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빈혈을 앓았으며 정강이와 종아리뼈의 상태로 보아 무릎을 많이 꿇는 생활을 했음이 드러났다. 앞니에 반복적으로 끊은 흔적이 남아 있어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녀는 무덤 주인공의 시녀였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모시던 권력자가 세상을 떠나자 강제로 죽임을 당한 뒤 함께 묻힌 것이다. 연구소는 “금동귀고리나 영양상태 등으로 보아 노예나 전쟁포로와 같은 최하계층이 아니라 무덤의 주인공 옆에서 봉사하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 남성의 인골도 눈길을 끌었다. 발가락 10개 가운데 엄지와 새끼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발가락의 뼈가 모두 사람뼈가 아니라 사슴류의 뼈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 이성준 학예연구사는 “사람 발가락 하나의 마디뼈는 2개인데 엄지와 새끼발가락을 뺀 나머지에서 3개의 뼈마디가 나와 처음엔 기형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법의학자들과 함께 과학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세 마디 뼈들은 모두 사슴류 초식동물의 뼈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에 순장을 하면서 발가락을 양쪽 3개씩 제거하고 사슴뼈를 발가락뼈 모양으로 가공해 넣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이런 경우는 전례도 없고 문헌에도 나와 있지 않은 고대 매장 풍습의 미스터리다.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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