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한국은 탈근대성의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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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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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계도시인문학대회 참가 佛석학 마페졸리 교수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정치라는 단어 ‘politic’의 어원은 도시를 뜻하는 그리스어, ‘폴리스’입니다. 결국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도시적 동물이기도 했던 거죠.”

노동이나 권력 같은 거대담론에서 벗어나 몸, 기술, 이미지 등 미시적 주제에 주목한 ‘일상생활의 사회학’을 처음으로 주창한 학자 미셸 마페졸리 프랑스 파리5대학 교수(사진)가 방한했다. 19∼21일 열린 인천세계도시인문학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의 대표적 저서 ‘일상생활의 사회학’은 국내에 번역 출판되기도 했다.

마페졸리 교수는 21일 오전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앞으로 개인주의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대사회에는 선택하건 선택하지 않건 타자와의 관계 속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른바 ‘절대적 상호의존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언제나 공기 중에 있는 것처럼 외부와의 관계도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절대 홀로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마페졸리 교수는 탈근대적 도시를 설명하기 위해 ‘메갈로폴리스’(메트로폴리스가 띠 모양으로 연결된 거대한 도시 집중 지대)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합리성과 이성에 따라 조직된 근대적 도시와는 달리 탈근대적 도시는 구심점이나 규칙 없이 다양한 공간이 모자이크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규칙성 없는 도시를 “돌로 된 정글 같다”고 묘사했다.

“휴머니즘이란 사람들이 개인 안에 갇혀있지 않고 외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 맺기를 통해 탈근대적 도시는 비로소 ‘돌로 된 정글’에서 인간적인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마페졸리 교수는 “이 탈근대적 도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현대 도시인들은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며 “과거 생존을 위해 부족을 만들고 뭉쳤던 원시적 본능에 인터넷이라는 현대기술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은 외국에서 보는 것과 달리 늘 뭔가가 진행되고, 새롭게 일어나고, 우글대는 역동적인 곳”이라며 “유럽이 근대성의 실험실이었다면 한국은 탈근대성의 실험실”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이어 “어제 저녁을 굉장히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식당에서 먹었다”며 “거대한 고층빌딩과 그런 예스러운 곳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은 서로 상반되는 것이 공존하는 탈근대성의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 결집하는 것이 ‘돌로 된 정글’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일까. 마페졸리 교수는 여기에 ‘신뢰’를 덧붙였다.

“관계 맺기를 ‘reliance’라고 표현합니다. 이 단어의 어원인 ‘rely’에는 단순히 관계 맺는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게 있죠. 바로 ‘신뢰하다’라는 뜻입니다.”

인천=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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