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역사 이야기꾼 ‘전기수’ 떴다

  •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18일 첫선을 보인 서울 광화문광장의 ‘전기수’ 이익수 씨가 포도대장 복장을 갖추고 청소년들에게 광장 내 시설물에 담긴 역사를 구수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동영 기자
18일 첫선을 보인 서울 광화문광장의 ‘전기수’ 이익수 씨가 포도대장 복장을 갖추고 청소년들에게 광장 내 시설물에 담긴 역사를 구수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동영 기자
자원봉사 18명 금-토-일 해설
“역사 알아야 문화품격 높여”

“저쪽이 조선시대 사헌부 자리예요. 원래 저기에 해치 상이 있었어요. 1923년 일제가 경복궁에서 박람회를 연다며 광화문 일대에 전차선로를 만들면서 해치를 없앤 거죠. 이제 여기 광화문광장에 다시 해치가 들어서면 잃어버린 우리 문화를 되찾는 셈이겠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야기꽃을 피워내는 전기수(傳奇수)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이익수 씨(61·경기 성남시)가 18일 오전 광장을 찾은 청소년들에게 광화문광장의 역사를 설명한 대목이다. 전기수는 조선 후기에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일을 업으로 삼던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씨는 35년 동안 중고교에서 국사를 가르친 교사 출신이다. 서울시설공단이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의미를 시민들에게 구수한 이야기로 설명해 줄 전기수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바로 신청했다고 한다.

포도대장 복장을 갖추고 나타난 이 씨는 청소년들에게 “조선시대 육조거리 폭은 18m 정도로 지금 광장 폭 34m보다 좁았지만 흰 모래를 깔아 격조가 높아져 외국 선교사들도 놀랐다는 기록이 있다”며 “이제 어떻게 우리 문화의 품격을 높일지 고민해보자”는 말도 건넸다. 이어 한양 천도일 이후 매년 주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해 놓은 ‘역사 물길’에서는 2008년 이후 비어 있는 기록 공간을 가리키며 “여러분이 앞으로 여기에 기록될 만한 훌륭한 일을 하기 바란다”며 “광장에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의 업적을 잘 생각해보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아직 홍보가 되지 않았지만 광장을 찾은 청소년뿐 아니라 다른 시민들도 포도대장 복장의 이 씨를 보자마자 해설을 부탁하거나 기념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등 시작 첫날부터 전기수가 광화문광장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그는 광화문광장이 오랜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가 아니지만 그동안 잊혀졌던 광화문 일대의 역사를 되새기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여느 문화재 못지않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구순을 맞는 노모를 모시고 사는 그는 2006년 교직을 떠난 뒤 문화재해설사 교육을 받았다. 2007년부터 매주 한 차례 경복궁과 헌인릉, 선정릉 등 서울시내 조선왕릉에서 문화재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이 씨를 포함한 18명의 전기수들에게 요일별로 임금, 포도대장, 선비, 궁녀 등 전통 복장을 갖추게 해 광화문광장에서 한층 실감나는 해설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일요일 오전 10시와 낮 12시, 오후 2시와 4시 등 하루 네 차례 설명이 진행된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동아일보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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