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가을 첼로가 엮는 따뜻한 슈베르트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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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등을 담은 음반을 내놓고 같은 프로그램으로 콘서트를 준비 중인 첼리스트 양성원 씨. 그는 “주관적 표현을 드러내기보다 악보가 주는 맑은 악상을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유니버설뮤직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등을 담은 음반을 내놓고 같은 프로그램으로 콘서트를 준비 중인 첼리스트 양성원 씨. 그는 “주관적 표현을 드러내기보다 악보가 주는 맑은 악상을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유니버설뮤직
첼리스트 양성원 씨 새앨범
“주관 버리고 악보에만 몰입”

첼리스트 양성원 씨(42·연세대 교수)가 슈베르트 작품만으로 가을 선물을 엮었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피아노 3중주 2번 등을 담은 앨범(데카)을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 협연으로 내놓았고 27일 오후 4시 서울 LG아트센터에서는 두 협연자와 함께 두 작품을 중심으로 콘서트를 연다. 가을빛이 선뜻 다가온 8일 서울 연세대 캠퍼스에서 그를 만났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가을 음악’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공감하십니까.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 작품은 본디 첼로가 아닌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입니다. 음색이 여리면서 신선한 느낌을 지닌 악기였죠. 그러다 보니 ‘가을’의 이미지가 붙은 듯합니다. 그러나 제 연주에서는 굳이 가을의 느낌과 관련지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음반 표지와 콘서트 포스터가 ‘가을’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데요.

“맞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한 가을의 이미지는 오히려 3중주 2번을 의식한 것입니다. 최근 이 작품의 2악장은 영화 ‘해피엔딩’과 CF 등에 등장해 대중과 친숙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깊은 첼로 음색이 주는 가을의 느낌을 맛보려면 이 곡 전곡을 들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말씀하신 대로 원래 다른 악기를 위한 곡이었는데, 연주에 난점은 없는지요.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첼로로 켤 때 더 쉬워지는 면도 있어요. 진정 어려운 점은, 테크닉이 잘 뒷받침될 때만 이 작품의 순수한 측면이 제대로 표현된다는 점이죠.”

―한국인에게 지금까지 인기 있었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연주로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의 음반을 꼽을 수 있습니다만, 그는 깊게 울리는 음색으로 한껏 센티멘털한 느낌을 냈습니다. 그 연주와 달리 이번 음반은 가급적 재료의 맛을 살려낸 요리 같다고 할까요, 명확하고 깨끗하다는 느낌입니다.

“큰 칭찬으로 들립니다! 물론 이번 연주에서 ‘누구 식의 연주는 피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마이스키도 제가 좋아하는 연주자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번 연주에서 주관을 버리고 최대한 악보 자체에 몰입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두 협연자도 같은 생각이었죠. 녹음 엔지니어도 불필요한 음향의 연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결과가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막연한 쓸쓸함보다는 위안, 다독임 등을 느끼게 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슬픔이 있으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율이죠. 슈베르트만큼 아름답고 따뜻한 선율을 많이 쓴 사람은 찾을 수 없을 겁니다.”

27일 LG아트센터 콘서트에서는 연주에 앞서 음악칼럼니스트 유형종 씨가 진행하는 연주자들과의 대화 시간이 열린다. 3만∼6만 원. 02-2005-0114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동아일보 유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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