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64세 ‘파워 노먼’ 그녀가 온다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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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 재즈 - 영가 넘나드는 美소프라노 ‘제시 노먼’
18일 3번째 내한 공연… 베르디 아이다 등 열창

사람들은 그를 ‘레온타인 프라이스(1927∼) 이후 최고의 흑인 소프라노’라고 불렀다. 그러나 바그너의 악극에서부터 프랑스 가곡과 재즈까지 소화하는 그의 레퍼토리는 프라이스보다 훨씬 넓다. 카네기홀과 몇몇 대학의 임원으로, 고향 조지아 주에 세운 ‘제시 노먼 예술학교’ 대표자로 미국 흑인사회에서 갖는 위치 역시 지금까지의 어느 흑인 음악가보다 크고 깊다. 아프리카계 미국 성악가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제시 노먼(64·사진). 그가 2001,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 무대를 찾아온다. 1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엇이 그의 노래를 특별하게 만들까. 하나는 대형 공연장도 뿌듯한 충만함으로 채우는 그의 큰 볼륨이다. 7년 전 예술의 전당 콘서트에서 그는 라벨 ‘셰에라자드’를 불렀다. 일부러 3층 끝 객석을 찾아 그의 노래를 들어보았다. 속삭이는 듯한 피아니시모까지도 또렷이 들렸다. 워낙 큰 포르테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하나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그의 특별한 음색이다. 서정가곡에서는 청아하고 서늘하지만 크게 내지를 때는 바그너의 악극에 적합한 여전사로 변모한다. 무대 뒤쪽으로 공명을 방사할 때는 현세를 떠난 여신과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한 무대에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선물세트형’ 리사이틀이 그래서 가능하다.

한 가지를 더 들자면 영어에서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까지 가사의 시적 정취를 정확하게 소화해내는 지적인 면모다. 지난 두 번의 리사이틀에서 그는 독일 가곡의 깊은 철학성도, 감각적인 프랑스 가곡도, 흥이 넘치는 흑인영가도 돌을 떡 주무르듯 하는 조각가처럼 정확히 소화해냈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7년 전 공연의 경우 베토벤 ‘신의 영광’ 등 볼륨이 큰 노래에서 그는 때로 눈에 띄게 음정이 흔들렸다. 이제 그도 60대. 오페라 무대에서 내려온 지는 이미 오래다.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해외 콘서트 리뷰에서 그의 기량 쇠퇴를 걱정하는 대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행인 것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점이다. 2001년 첫 방한 때 그는 특유의 완벽주의적 면모로 주최 측을 ‘당황하게’ 또는 ‘감탄하게’ 했다. 목 관리가 철저하다 보니 호텔 객실에 꽃을 포함한 일체의 식물을 두지 말 것, 악보를 넘기는 ‘악보 도우미’가 향수를 뿌리지 않을 것, 심지어 공연장에 일체의 공기정화 장치를 돌리지 않을 것까지 요구하는 바람에 관객은 땀을 흘려야 했다. 이번에도 그는 공연을 일주일이나 앞둔 11일 입국해 ‘현지 기후적응 훈련’을 시작한다고 기획사인 마스트미디어는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는 종합선물세트형 프로그램을 짰다. 바로크 오페라인 헨리 퍼셀의 ‘디도와 아에네아스’ 중 ‘벨린다, 손을 주오’로 시작해 베르디 ‘아이다’ 중 ‘이기고 돌아오라’, 생상스 ‘삼손과 델릴라’ 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등 오페라만 3개 언어를 오간다. 후반부에는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뮤지컬 ‘회전목마’ 넘버, 거슈윈의 ‘더 맨 아이 러브’ 등 미국 작품들을 준비했다. 여성 지휘자 레이첼 워비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 5만∼22만 원. 02-541-6235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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