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566년 전의 감동 그대로

  • 입력 2009년 5월 12일 16시 33분


“세종은 명나라 황제조차 라이벌 의식을 느낄 정도의 성군이었습니다. ‘회례연’은 세종의 이상과 꿈을 표현한 음악이지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전성기를 누린 조선의 왕권과 국가적 역량을 드러낸 자랑스러운 쾌거였습니다.”

566년 전의 감동과 환희 그대로.

국립국악원이 야심차게 기획하고 준비해 온 대표브랜드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가 21일부터 24일까지 베일을 벗고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는 1443년(세종15년) 회례연을 고증해 공연했던 2008년 송년공연을 보완해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제례악’, ‘연례악’에 이은 3대 예악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1418년 보위에 오른 세종대왕은 유교정치의 최고 이상이 예악을 통한 다스림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1424년 재위6년, 세종은 박연에게 종5품 벼슬인 악학별좌에 임명하고, 당시 우리나라 음악을 치밀한 연구를 통해 재정비한다는 원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433년 정월 초하루. 9년에 걸친 음악적 연구와 실험의 성과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임금의 어진 빛, 세상과 함께 하니 만물이 아름다운 제 모습 드러내네.”

창사(조선시대 궁중행사의 취지를 송축하는 춤의 내용을 나타내는 노래)에서도 읽혀지듯 이날 ‘회례연’의 초연은 국가적 자긍심과 환희의 장이었다.

‘회례연’은 요즘으로 치면 시무식과 종무식이라고 보면 된다. 왕이 좌정한 가운데 대신들이 도열하고, 대규모 악사들과 무희가 총동원 되어 치르는 음악의 예식이다.

국립국악원은 악학궤범의 ‘회례연의’와 세종실록의 ‘회례의주’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 초기의 궁중복식, 정재(궁중무용), 음악을 복원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조선 초기의 품격있는 궁중의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품으로 빚어냈다.

1433년 당시 ‘회례연’은 500명 이상의 악사와 무용수가 연주했던, 사상 초유의 장대함을 자랑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무용단 등 150여 명이 무대에 선다.

의례순서에서 가장 화려한 무용과 음악이 포함된 부분을 총 5작으로 추리고, 세종의 자리를 객석 안쪽으로 배치해 관객들로 하여금 임금이 되어 잔치를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세종과 박연, 맹사성 등 당시의 역사적 인물들이 무대에서 펼치는 음악에 대한 논의는 또 다른 볼거리이다.

국립국악원 박일훈 원장은 “조선왕조의 연례와 제례, 회례를 복원하기 위한 작업을 1997년 이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린 대표문화로 키워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총 연출을 맡은 김석만 서울시립극단장은 “‘고증을 통한 복원’이냐 ‘고증을 통한 창작’이냐를 고민했고, 결국 후자 쪽으로 결론을 냈다”며 세종 당시 초연의 성취감과 환상적 실재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음악구성은 국립국악원 양경숙 정악단 악장이, 한문으로 된 가사는 연출가 남동훈씨에 의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창사로 다듬어졌다.

5월21일~24일|국립국악원 예악당|문의 02-580-3300

관람료 A석 2만원, B석 1만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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