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그대의 눈을 믿지 마세요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사람의 내면 정황이 눈을 통해 외부로 드러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반짝이는 연인의 눈을 호수에 비유하기도 하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졸음이 가득한 학생의 눈을 썩은 동태의 그것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눈이 반드시 내면 정황을 밖으로 드러내는 기능만 하는 건 아닙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물을 보면 마음이 동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럴 때 눈은 외부의 것을 안으로 받아들여 마음을 움직이는 기능을 합니다. 눈으로 무엇인가를 보는 순간부터 마음에 변화가 생겨 갖고 싶다, 먹고 싶다, 만지고 싶다, 안고 싶다 등의 욕구를 자극합니다. 그래서 욕심을 부리게 되고 욕망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런 연유로 선인들은 눈이 우리로 하여금 보게 하는 것을 사실대로 믿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은 사물이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님을 설파하는 말입니다.

눈의 기능 중 가장 나쁜 것은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마음이 일그러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지 못하니 시기하고 질투하고 비판하고 비난합니다. 그래서 예수는 이렇게 꾸짖었습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판단의 근거로 삼고 선택의 근거로 삼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믿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눈의 망막 한가운데에는 시세포가 없어 물체의 상이 맺히지 않는 맹점(盲點)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양쪽 눈을 차례로 감으며 맹점실험을 해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입니다. 요컨대 맹점은 눈에 보이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실상이 아니라는 걸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눈은 우리를 시험하는 기관입니다. 눈에 의해 직접적으로 자극을 받고 변화를 일으키는 건 우리의 마음입니다. 눈에 의해서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를 지켜보노라면 눈이 얼마나 두려운 유혹의 창인지를 알게 됩니다. 눈의 유혹에 넘어가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다른 눈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눈, 그것이 곧 ‘마음의 눈’입니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은 진정한 세상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늘 보아왔다고 믿어온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으로 낯설게 만듭니다. 단순하게 보는 일이 아니라 실상을 관조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형상에 유혹당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지금,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세요.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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