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금융위기 주범은 ‘빚을 찍어내는 달러’

  • 입력 2009년 1월 24일 03시 00분


◇달러/엘렌 H 브라운 지음·이재황 옮김/716쪽·2만5000원·도서출판 이른아침

1927년 당시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 이사였던 조시아 스탬프 경은 미국 텍사스대 강연에서 “현대 금융 시스템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돈을 찍어낸다. 그 과정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속임수의 명작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미국 금융 시스템의 역사를 살피면서 미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원인을 실제 돈(달러)은 없고 대부분 부채로 운영되는 미국의 달러 통화 시스템에서 찾는다. 이 책의 원제는 ‘부채의 거미줄(The Web of Debt)’이다.

미국의 변호사인 저자는 정부가 직접 발행하는, 통화량의 불과 1만분의 1을 차지하는 주화를 제외하고 미국의 모든 통화는 민간 은행에 대한 빚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미국 달러를 찍어내는 곳은 정부가 아닌 민간 은행인 연방준비은행(FRB)이다. 연방준비은행이 찍어낸 달러를 미국 정부가 빌리는데, 100달러를 대출하면 10달러의 이자가 붙는다. 미국 정부는 대출에 대한 이자를 납세자의 세금으로 확보한다. 통화량이 늘어날수록 미국 정부의 부채도 증가한다.

이와 함께 미국의 일반 은행은 전체 예금의 10%에 불과한 지급준비금(예금자들이 돈을 찾을 경우에 대비한 돈)으로, 그 10배를 중앙은행에서 대출할 수 있다. 10달러의 지급준비금으로 100달러의 부채를 만들 수 있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엄청난 부채로 이뤄진 통화가 탄생한다. 이런 달러 부채의 거품이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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