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쏟아진 백제 유물, 일반공개는 기약 없어…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첨단 보존과학센터 전문인력 20명에 불과

국보급 유물 나와도 연구원 부족 한숨만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에서 1370년 만에 발견된 백제 금제사리항아리의 예술적 성취 중 돋보이는 것은 표면을 가득 채운 동글동글한 연주(聯珠·구슬) 무늬다. 삼국시대 공예품에서 여백을 빼곡하게 채운 연주 무늬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장은 20일 “연주 무늬는 중국 당나라와 통일신라시대에 유행했지만 그보다 앞선 7세기 백제시대 때 이토록 완벽한 연주 무늬를 새긴 사실이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고 말했다.

삼국유사가 전하는 백제 무왕(서동)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의 로맨스를 담은 ‘서동요’ 설화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한 미륵사지석탑 출토 국보급 유물들은 보존 처리를 위해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센터로 옮겨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보존과학센터는 국내 최초의 전문 보존과학 연구시설이다. 지상 4층, 지하 1층에 연면적 7788m²(2356평)의 대규모 첨단 연구시설을 갖췄다.

그러나 20일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은 한숨이 먼저 나왔다. 금제사리항아리, 금제사리봉안기(記), 금제 족집게, 원형 합, 단도에 유리구슬 460여 점까지, 한꺼번에 발견된 국보급 유물 500여 점을 보존 처리할 보존과학센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제사리항아리 같은 금속 유물을 보존 처리하는 연구원은 전임 1명과 비정규직 연구원 3명뿐이고 유물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유리구슬 같은 세라믹 재질의 문화재를 보존 처리할 연구원은 비정규직 1명에 불과하다. 이 유물들을 감싼 천도 함께 발견됐지만 지류(紙類) 문화재의 보존 처리를 담당할 전임자는 한 명도 없다.

총사업비가 193억 원에 이르는 보존과학센터는 당초 전임 연구원 58명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인력 증원이 취소되면서 보존 처리보다 분석과 연구에 무게를 뒀던 기존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보존과학연구실과 복원기술연구실 인력 20명만으로 센터를 운영하게 돼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

애초 계획의 3분의 1에 불과한 인력 탓에 금속과 석재, 벽화류를 처리할 무기유물실, 목재와 직물, 서화류를 처리할 유기유물실의 설립도 좌초됐다. 미륵사지석탑에서 쏟아진 국보급 유물은 역설적으로 빈방 많은 보존과학센터의 안타까운 현실을 드러냈다.

문화재 보존 처리는 사람의 섬세한 손끝이 관건이다. 미륵사지석탑의 국보급 유물은 경제위기로 어깨가 처진 국민에게 문화유산에 대한 긍지를 심어줄 문화재다. 하지만 현재 인력으로는 언제 이 유물들을 보존 처리해 그 아름다움을 일반에 공개할 수 있을지 막막한 실정이다. 정부가 ‘백제의 미(美)’를 보고 싶은 기대를 충족시킬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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