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 해가 지면 서산은 둥실 뜬다

  • 입력 2008년 11월 6일 08시 16분


“뭐 볼 거 있남? 그까이꺼 대충 ∼ 둘러만 봐도 아름답쥬”

서산에 가면 우선 충청도의 진한 사투리가 있다. ‘개그 콘서트’에서 능청스럽게 ‘그까이꺼’를 구사하던 개그맨 장동민의 말투처럼, 구수한 목소리가 서산의 손님을 반긴다.

가히 억세지 않고, 느릿느릿 부드럽게 굴러가는 말을 듣다보면, 서산 사람들은 왠지 모두 인심이 넉넉할 것만 같은 상상에 빠진다.

특히 서산은 ‘그까이꺼’라는 유행어마냥, 티를 내지 않는 겸손함이 풍긴다. 곳곳에서 딱, 지금 이 계절, 가을의 사색을 즐기기에 그만인 땅이다. 철새가 돌아오고, 억새풀이 흔들리며 산사의 불경 소리가 그윽한 서산! 가을에 놓치면 후회하는 여행지다! 당일치기 하루라도 좋다. 가족들과의 피크닉, 연인과의 데이트로 크게 비용을 쓰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서산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여행 후의 피곤함이 짐이 될 수도 있는데, 서산은 그런 걱정이 필요 없다. 여행지가 곧 마음의 순례지가 될 수 있다.

○바다 사이에 뜬 절, 석양이 아름다운 간월암

하루 쯤 무학대사가 되어보자!

무학대사가 그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간월암’에 가면 해 질 무렵, 바다와 육지 사이로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 곳은 날씨가 맑은 날 가면, 빨간 단추 알처럼 또렷한 해가 뉘엿뉘엿 사그라지는 장관을 보게 된다. 해가 넘어가는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그 앞으로 고기잡이배가 떠다니고, 먼 마을의 풍경, 어둑어둑해지는 바다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바닷가에 있는 섬, 그 섬 안에 있는 절인지라, 신비로운 성지에서 경건하고 깨끗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불교가 자신의 종교가 아닌 사람이라도, 믿음의 여부를 떠나 이 암자에 들르면 간월암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종이에 소원을 적고, 종을 세 번 울리고, 초를 태우며 기도하는 자리에 가족 단위로 연인 단위로 삼삼오오 서 있는 모습도 쉽게 발견된다.

노을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대웅전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 등 저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는 관광객과 불교 신자들을 간월암에 가면 만날 수 있다.

간월암은 서해대교를 타고 홍성 IC에서 안면도 방향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간월암 앞으로 물이 차서 들어갈 수 없을 때가 있으니, 물때 시간을 홈페이지(http://www.ganwolam.net/)에서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마음을 여는 자리, 개심사

충남 서산의 개심사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이 사랑하는 절로 알려진 뒤, 책을 읽은 독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작고 조용한 절로, 홀로 여행을 떠나기에도 적절하다. 지금 가면 절 앞 연못으로 낙엽이 지고, 감나무의 주황색 감이 무르익어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다. 개심(開心)의 한자어 그대로 일상에 찌든 마음을 열고 돌아올 수 있다.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 개심사이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때 혜감국사가 지었다고 전해지는데, 조선 성종 때 고쳐지었고, 당시의 모습이 거의 훼손되지 않고 유지된 것으로 유명하다.

개심사 가는 길에, 넓은 목초지의 소 떼와 훈훈한 미소의 서산마애삼존불까지 보고 오면 좋다. 서산마애삼존불은 입체감이 있기 때문에 한 방면에서만 보면 안 되고, 이쪽저쪽 각도를 달리해 바라봐야 한다.

특히 낮이 아닌 밤에 가서 불을 밝히고 둘러보다보면, 웃음을 머금은 서산마애삼존불의 얼굴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백제인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마애삼존불은 개심사에서 마음을 열고, 아예 번뇌를 초월한 표정까지 가슴속에 담아오기에 좋다. 서산 관광객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관광 코스이자, 지역 주민들도 꾸준히 들르는 곳이다.

○병영체험, 해미읍성

사적 116호인 서산 해미읍성에는 해마다 ‘서산해미읍성병영체험축제’가 개최된다. 올해도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열려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로 8회 째를 맞은 이 행사는 조선시대 병영을 둘러보는 국내 유일의 조선병영체험행사다. 딱딱한 교육이 아니고 놀이로 즐기는 행사가 가득해 가족들끼리 하루, 이틀 동안 놀러가기에 좋은 축제다. 매년 가을에 열린다.

축제 전에 신청을 하면 ‘무과 수련원’에서 검술, 강서 이론, 권법 등 무과의 훈련을 받을 수 있다. 그냥 가도 옛 무과에서 쓰던 무기들과 의상을 볼 수 있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조선 시대 군사 행렬, 천주교 순교행렬과 소송 장면 등도 재현된다.

서산|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관련기사]별·윤문식·신성우는 ‘서산의 엄친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