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Black&White]입단의 좁은 문 ‘어찌 하오리까?’

  • 입력 2008년 9월 6일 08시 13분


지난 2일 황진형(19) 군이 입단의 관문을 넘어서며 우리나라 232명째 프로기사가 됐습니다.

정녕 축하할 일입니다.

‘프로입문=성공’이란 공식은 농담으로라도 ‘참이다’라 말할 수 없지만, 이번 일로 바둑에 바친 열혈청춘의 일부분이나마 보상받았으리라 믿습니다.

황 군은 지역연구생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가 됐습니다.

지역연구생 입단대회는 지방 연구생들만이 참가하는 입단대회입니다.

한국기원이 균형적인 지역바둑 활성화를 위해 지방 연구생들에게 준 일종의 특혜로 올해 9년째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한국기원은 1년에 10명의 프로를 뽑습니다.

이 중 연구생 입단대회를 통해 1명, 연구생 자체리그에서 2명, 일반인 입단대회 4명, 여자 입단대회 1명, 여자연구생 리그 1명, 그리고 지역 연구생대회를 통해 마지막 1명을 더해 10명입니다.

입단 선발인원 수는 바둑계의 영원한 ‘뜨거운 감자’입니다.

프로지망생과 가족, 교육기관에서는 한 목소리로 ‘입단의 관문을 넓혀 달라!’고 외치고 있지만 프로기사들로서는 이 소리가 달갑게만 들리지 않습니다.

프로기사들에게 매달 주어지는 연구수당은 동결된 지 수 년이 흘렀고, 그렇다고 기전의 상금·대국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아닌 마당에 프로기사 수만 늘린다는 것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기원은 프로기사, 전문가들과 머리를 싸매고 이 문제를 고민해 왔지만 결론은 언제나 한 가지였습니다.

‘프로기사의 수는 늘려도 좋지만, 그에 앞서 기존 프로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라는 대원칙이지요.

말은 쉽지만 현실이 어디 그리 되던가요?

그때마다 한국기원은 ‘새로운 기전을 창설하겠다’ ‘정부의 지원을 받겠다’ 등등의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올 들어서는 중견 프로기사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무국에 아예 전담 부서까지 설치했다고도 합니다만 이후 원로 프로기사들 수입이 늘어났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별무신통인 모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에는 프로기사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진학도 포기한 채 형광등 밑에서 온 종일 바둑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수많은 지망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볕을 비추고, 기존 프로기사들에게도 웃음을 줄 수 있는 ‘묘수’는 정녕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어려우면 손 빼라’라는 격언보다는 오궁도화에 치중해 멋지게 대마를 때려잡을 수 있는, 진짜 묘수가 필요한 때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제공=사이버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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