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일상에서 끄집어 낸 문화비평…‘세렌디피티 수집광’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 세렌디피티 수집광/앤 패디먼 지음·김예리나 옮김/320쪽·1만2000원·행복한 상상

이 책은 ‘수상록’이란 형식을 표방하고 있다. 이를테면 수필이지만, 신변잡기를 나열한 것들과는 구분이 된다. 정색하고 전문지식을 담아낸 논문이나 비평도 아니지만 한 주제의 사소한 일면에서부터 사회·문화·역사적인 내력까지 자유자재로 관통하기 때문이다.

‘올빼미’라는 수필은 저자의 ‘올빼미성’ 생활습관에서 출발한다. 그는 ‘종달새과’인 아침형 인간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침상용 전등 스위치를 켜고 소설을 읽으며 밤을 지새우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런 습관이 그를 밤새워 글쓰기에 몰두하는 작가로 만들었다.

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불면의 밤을 보내며 런던의 길거리를 산책하던 찰스 디킨스를 떠올리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숫자 세기부터 오행시 짓기, 새 단어를 만들기 등 ‘격렬한 두뇌운동’을 해야만 간신히 잠에 들곤 하던 (역시 작가이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는 밤에 대한 사회학자의 논문부터 올빼미형 인간의 생체 주기적 특성을 연구한 과학자의 이야기까지 밤을 가로지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스크림’은 이불 속에서 ‘손가락 저체온증’을 방지하기 위해 휴지로 몇 겹을 칭칭 감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행복해하던 추억에서 시작한다. 이어 아이스크림 제조법, 아이스크림 발전사 등 주제와 연관된 사실이 다양하게 펼쳐져 여기저기 밑줄을 긋게 만든다.

총 12편의 글 중엔 우편물 등 일상적인 주제도 있고 문화전쟁, 9·11테러처럼 문화 비평이나 사회 현안을 다룬 것도 있다. 그 어떤 주제에도 차분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따뜻하게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허를 찌르는 유머 덕에 곳곳에서 웃음이 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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