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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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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세르냉 교수 “르네상스는 역사적인 사건 아니다”
추마코프 교수 “세계화-민족주의 연결은 철학자 몫”
우글라 교수 “급변하는 사회서 해석학 중요해져”
30일 서울대에서 개막하는 세계철학대회는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철학계의 올림픽’이다.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Re-thinking Philosophy Today)’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104개국에서 2600여 명의 학자가 참석해 오늘날 세계 철학의 흐름을 가늠하고 철학의 역할을 고민한다. 이번 대회에서 발표되는 세계적 석학들의 논문을 입수해 소개한다.
심리철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는 김재권 미국 브라운대 석좌교수는 8월 4일 ‘특수과학에 존재하는 법칙들에 반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심리학 생물학 천문학 등 ‘특수과학(special sciences·물리학이나 화학처럼 여러 분야에 통용되는 보편적인 구조에 대한 학문이 아니라 한정된 주제를 다루는 학문)’에는 ‘엄격한(strict)’ 법칙이 존재할 수 없다는 철학계의 이론을 비판했다. 특수과학도 물리주의(physicalism)처럼 보편적인 법칙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심리학은 불규칙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법칙을 지니지 않는다’는 도널드 데이비슨 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생물학은 독자적인 법칙을 발견하고 형성하는 학문이 아니다’는 호주 모내시대 존 J C 스마트 명예교수의 이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베르트랑 생세르냉 프랑스 파리4(소르본)대 명예교수는 같은 날 ‘르네상스 이념’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생세르냉 교수는 “르네상스는 15, 16세기 유럽에서 있었던 ‘특수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어떤 시기, 어떤 장소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르네상스 이념의 특징으로 △외부 모델 흉내 내기 △내 것으로 만들기 △나만의 독창성 구축 등 세 가지로 꼽았다. 이런 특징은 이성에 기반을 둔 보편적인 것이므로 오늘날에도 다른 시대, 다른 장소의 문화를 흡수해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세르냉 교수는 “21세기 르네상스는 유럽의 르네상스와 다른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며 “개인의 천재성이 과학적 합리성을 좌우하던 당시와 달리 오늘날에는 여러 사람의 상호작용이 과학과 기술을 결정하고 21세기 르네상스에선 ‘지적 동맹’이 강하게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추마코프 모스크바 국립법학아카데미 교수는 ‘근대성의 맥락에서 본 세계화와 세계시민주의’라는 논문을 31일 심포지엄에서 발표한다.
세계화에 대한 철학 연구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추마코프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세계화와 민족주의를 연결하는 역할을 철학자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화가 아무리 진행된다 해도 지역별 나라별로 다양한 문화와 이해관계가 얽힌 생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철학자들이 문화 간 충돌을 완화하고 이해를 높이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카를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 “철학자의 임무는 세상을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의 한 명인 핀란드 아보아카데미대의 벵트 크리스텐손 우글라 교수는 같은 날 심포지엄에서 ‘전통, 근대, 탈근대와 해석학의 변형’을 주제로 강연한다.
우글라 교수는 세계화의 진행과 더불어 세계가 지식경제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며 ‘해석학의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력을 동원한 세계화’나 ‘문명의 충돌 시대’에서 벗어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두고 부닥치는 ‘해석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 그는 “철학이 해야 하는 역할은 보편적인 해석의 기준을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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