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0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중국 베이징의 중앙희극학원과 중국희곡학원엔 각각 단 한 명의 한국 학생이 있다. 장혜원(31) 씨와 정아람(30) 씨.
두 학교는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중국의 대표적 예능전문학교로 각각 현대극과 경극을 가르친다. 이곳을 졸업하면 최상급의 전문성을 인정받기 때문에 인기가 높고 경쟁률이 치열하다. 궁리와 장쯔이도 중앙희극학원 출신.
5일 오후 베이징 중앙희극학원 교정에서 만난 이들은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것을 배웠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6년 전 중앙희극학원 연출과 대학원 과정에 입학한 장 씨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다 연극에 갈증을 느끼고 중국 국비장학생 시험을 봤다”면서 “연극에 대해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 이곳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희곡학원 대학원생인 정 씨는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중 한계를 느끼고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애크러바틱 마임 등 동작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이곳에서 경극의 무술과 몸동작을 배워 너무 즐겁다”고 했다.
이들이 중국의 낯선 연기 교육기관에 적응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 왔을 때는 보통 7, 8세 때부터 경극 교육을 받은 중국 학생들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났어요. 공중제비 등 몸을 날리는 기술을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려 하지 않아서 수업 후 잘하는 친구들에게 부탁해 따로 연습을 했죠. 성인이 되어 무리한 몸동작을 익히니까 자고 일어나면 몰매를 맞은 느낌이었어요.”(정 씨)
“연극을 배운 일이 없어서 학부 수업에도 참가해 소품 만드는 것을 배우면서 공부했습니다. 가치관이 달라 어렵기도 했어요. 한 번은 중국 학생들을 데리고 ‘관객모독’ 워크숍을 했는데 배우가 관객들에게 말도 걸고 욕을 하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돈을 내고 보러 온 관객에게 무례한 행동 아니냐는 말이었습니다.”(장 씨)
두 사람 모두 교육과정을 마치는 대로 귀국해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은 아직 중국의 현대 공연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어요. 장점이 많은 중국의 좋은 공연을 한국에 알리고 싶어요. 내년에는 지도교수님이 한국에서 초청을 받아 연극을 올리는데 조연출로서 첫 활동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장 씨)
“중국에서도 아직 경극 박사학위가 없는데 제가 박사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한국에 돌아가 경극의 마임을 널리 가르치고 싶습니다.”(정 씨)
베이징=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