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中미답봉 원정대 등정기]<1>해발 3200m서 맞는 첫날밤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중국 쓰촨 성 미답봉 등정 원정대가 19일 해발 3200m의 야영지에서 텐트를 치고 있다. 마석=김성규 기자
중국 쓰촨 성 미답봉 등정 원정대가 19일 해발 3200m의 야영지에서 텐트를 치고 있다. 마석=김성규 기자
19일 오후 8시. 저녁 식사를 끝내고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텐트 위로 비가 후드득 쏟아진다. 일과가 끝난 뒤라 다행이다. 등반용 손목시계에 찍힌 이곳의 고도는 해발 3200m. 갑자기 높아진 고도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산악인 박영석(45·골드윈코리아 이사·동국대 OB) 대장이 이끄는 중국 쓰촨 성 미답봉 등정 원정대가 산에서 첫 밤을 맞았다. 대원은 박 대장을 포함해 7명.

원정대는 전날 쓰촨 성 청두에서 랑거만인(6294m)과 다둬만인(6380m)에 가장 가까운 산악 오지 마을 마석에 도착해 하루를 묵었다. 이 마을은 해발 1700m에 있다.

출발 당일인 이날은 새벽부터 분주했다. 막내인 이형모(29·노스페이스) 대원은 원정에 필요한 700kg가량의 짐을 점검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마을의 새벽시장에서 돼지고기와 닭, 야채 등 필요한 식량을 샀다.

모든 준비가 끝난 뒤 대원들은 공동 짐을 말 20마리에 나눠 싣고 각자 배낭을 메고 등반을 시작해 5시간 만인 오후 4시쯤 1차 야영지에 도착했다.

이제 등반 시작인데 기자는 벌써 기진맥진이다. 저 멀리 눈 쌓인 산봉우리들이 야영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밑은 여름이 돼가고 있는데 이곳은 가을쯤 되는 듯하다. 올라갈수록 기온은 겨울을 향할 것이다.

의료를 맡고 있는 성준교(35·SM그룹 대우라이프) 대원은 “등반을 하기 전까지의 준비 과정이 해외 원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비가 오는 텐트 안에서 대원들은 노트북으로 영화를 시청했다. 색다른 경험이다. 이렇게 산에서의 첫날은 저물어 가고 있다.

마석(쓰촨 성)=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