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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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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色 매력 여자들… 진정한 사랑은 누구?
사랑인 줄 알았는데 지나 보니 아니고, 그냥 친구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사랑이고….
진짜 인연을 만날 때까지 사랑은 ‘확실하게(definitely)’와 ‘아마도(maybe)’ 사이에서 엇갈리기만 한다. 그러나 이 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원제 definitely, maybe)’에 따르면 걱정할 필요 없다. “인연은 찾는 게 아니고 때가 되면 오는 것”이니까.
이혼남 윌(라이언 레이놀즈)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고 돌아온 딸 마야(에비게일 브레슬린)에게서 “엄마를 만나기 전의 사랑에 대해 얘기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익명 처리와 수위 조절을 거쳐 그가 딸에게 풀어 놓는 과거에는 세 명의 여성이 있다. 이야기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대학을 졸업한 윌은 빌 클린턴의 대선 캠페인에 뛰어들기 위해 여자친구 에밀리(엘리자베스 뱅크스)를 두고 뉴욕으로 온다. 뉴욕에서 그는 섹시한 저널리스트 서머(레이철 와이즈)와 선거운동본부의 아르바이트생 에이프릴(아일라 피셔)을 만난다. 윌은 이 세 명의 여성과 사랑과 이별, 갈등을 겪는다.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을 만들어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로 꼽히는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의 신작.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의 각본을 쓴 애덤 브룩스가 연출했다.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라면 관객이 기대하는 결말은 뻔하다. “혼란 끝에 그는 결국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겠지.” 물론 맞다. 그러나 윌은 그런 과정을 거쳐 만난 아이의 엄마와 벌써 이혼한 상태다. 세 여성 중 아이의 엄마는 누구일지, 엄마가 밝혀진 뒤 그의 사랑은 어떻게 되는 건지, 영화는 끝까지 관객이 궁금해할 거리를 만들어놓는다. 또 정치가를 꿈꾸던 윌이 일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다가 광고회사에 오게 되는 인생의 부침도 사랑과 맞물려 흥미롭게 펼쳐진다.
가까운 과거, 1990년대에 대한 향수도 빼놓을 수 없다. 커트 코베인의 음울한 목소리, 유사시엔 흉기로도 쓸 수 있는 거대한 휴대전화, 전 세계에 ‘부적절한 관계’라는 말을 유행시켰던 빌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스캔들 등 199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상징과 사건들이 관객을 즐겁게 한다.
재치있는 영화다. 전체적으로 윌이 과거를 회상하는 구성이지만 과거를 일시 정지시키고 딸의 질문을 받기도 하는 독특한 구조도 한몫하고,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생생하고 발랄하다. 윌이 뉴욕으로 가면 변할 것이라고 걱정하던 에밀리는 갑자기 뉴욕으로 찾아와 윌과 키스를 나누곤 말한다. “혀 맛이 달라졌어.”(에밀리) “수돗물 ph가 달라져서 그래.”(윌)
그러나 평범한 한글 제목은 이 영화를 특별하지 않게 보이도록 한다. 결말에 다다르는 과정도 너무 길다. 15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