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남경주-최정원,뮤지컬‘소리도둑’서 3년만에 호흡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대본에 꽂혀 먼저 출연 졸랐어요” 남경주

“오빠 행동 보고 이 작품이다 싶었죠” 최정원

“공연 앞두고 목이 너무 안 좋아서 개고기 국물을 먹는데 오빠가 옆에서 ‘한번 먹어볼까’ 하더니 뺏어먹는 거예요.” “아니지, 얻어먹었지.” “저는 목이 깨끗하게 나았는데 오빠는 하루 종일 설사를 해서 킥킥….” “실신할 정도로….”

남경주(44) 최정원(39)씨. 20여 년간 주인공을 도맡으며 무대를 주름잡았던 국내 뮤지컬계 간판스타는 최장기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초연 당시 에피소드를 회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뮤지컬계의 최불암-김혜자’로 불리며 수많은 작품에서 연인으로, 부부로 출연했던 두 사람은 5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소리도둑’에서 또다시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

‘소리도둑’(연출 조광화)은 말은 못하고 노래만 하는 소녀 ‘아침이’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웃들이 합심해서 모두 노래로 말한다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은 창작 뮤지컬이다. 남 씨는 아침이를 위해 노래를 만드는 천재 작곡가 유준 역을, 최 씨는 아침이의 엄마 인경 역으로 출연한다.

남경주는 “작품 올리기 1년 전에 계약서에 사인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라며 “우연히 대본 독해 자리에 참석했다가 꽂혀 연출을 붙잡고 출연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창작 뮤지컬에 “갈증을 느꼈다”는 최 씨는 “오빠가 저러는 것을 보고는 무척 좋은 작품인가 보다 싶었다”며 다른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출연 요청을 마다하고 이 작품에 합류했다고 한다.

최 씨의 출연량은 아침이 역을 맡은 아역배우보다도 적고 노래도 딱 한 곡만 부른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선뜻 택한 것은 10세 된 딸 때문.

매일 연습할 때마다 운다는 그는 “아침이를 보면 꼭 딸 생각이 나서 감정 몰입이 쉽게 된다”며 “아이들과 관련해 요즘 안 좋은 뉴스가 많은데 이 작품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얻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 씨가 맡은 유준은 전작인 ‘벽을 뚫는 남자’의 듀티율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따뜻한 ‘평범남’이다. 남 씨는 “결혼 후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웠다”며 “예전에는 관객에게 연기를 통해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썼다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연기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던 1988년 롯데월드예술단에서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인연이 이어질 줄 몰랐다”는 그들은 이후 20년 동안 ‘사랑은 비를 타고’ 등 13편의 뮤지컬을 함께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모든 출연작을 경주 오빠랑만 했다”는 최 씨는 “결혼 후 뮤지컬 ‘하드락 카페’에서 윤도현 씨랑 같이 공연했는데 오빠 아닌 다른 사람이랑 하니 적응이 안 되기까지 했다”며 웃었다.

옆에서 10년째 신고 있다는 운동화의 터진 고무를 뜯던 남 씨는 “원래 내가 옷을 한번 입어도 15년은 입는데 사람은 오죽하겠느냐”며 “3년 만에 (최정원과) 같이 무대에 서지만 어제 본 사람처럼 편안해 이제는 오누이가 다 됐다”고 말했다.

키스 장면도 수없이 많았을 텐데 서로 로맨틱한 감정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을까. 최 씨는 “경주 오빠를 따랐던 여자들이 많았는데 나중에 헤어지니까 (오빠가) 얼굴도 안 보더라. 그래서 경주 오빠를 오래 보려면 연인이 안 되어야 하는구나 싶어 참고 절제했다”고 농담으로 받았다.

20년 동안 꾸준한 활동을 보인 두 사람은 상대방이 가진 ‘비결’에 대해 서로 “뛰어난 몰입력과 풍부한 감정”(남경주) “신인 같은 열정과 진지함”(최정원)이라고 꼽았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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