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59>淸風明月本無價, 近水遠山皆有情

  • 입력 2007년 9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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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본디 가치가 무한하고, 가까운 강과 먼 산은 모두가 다정하다.

청풍과 명월은 원래 마음에 맞는 단짝인지 붙어 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특히 가을에 나다니어 쓸쓸함을 몰아낸다. 本(본)은 본래의 뜻이다.

無價(무가)는 정할 수 있는 값이 없다는 뜻이다. 즉, 가치가 무한하다는 뜻이다. 無價之寶(무가지보)는 가치가 무한한 보배라는 뜻이다. 無價紙(무가지)는 보통 대가 없이 거저 주는 신문을 뜻한다. 近(근)과 遠(원)은 거리상 가깝고 멀다는 뜻이다. 혹 동사가 되어 가까이하다와 멀리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皆(개)는 모두의 뜻이다.

맑은 바람은 상큼하게 피부에 와 닿고 밝은 달은 환히 눈에 들어온다. 소동파(蘇東坡)는 유명한 赤壁賦(적벽부)에서 이르길, 강가의 맑은 바람은 귀에 들어와 소리가 되고 산간의 밝은 달은 눈에 들어와 빛깔을 이룬다며, 그것들은 아무리 차지해도 금지하는 이가 없고 다 써서 없어지는 법이 없는, 조물주의 무진장한 보배라고 했다. 분명 마음껏 차지할 수 있고 남들과 다툴 일 없는 무한한 선물이다.

멀리 또는 가까이에 있는 산수에 무슨 감정이 있을 리 없지만, 보는 이가 제 스스로 정겨워하며 다정하다 이른다. 사람보다는 의연한 자연의 모습이 좋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일까? 아니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여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정이 통하는 것일까?

언젠가는 돌아갈 곳인지라 미리 정을 붙이려는 것은 또 아닐까?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자연을 좋아하게 되는 것을 보면 그럴 듯도 하다. 금년 가을에는 청풍명월을 더 많이 차지하여 부자가 되고, 다정한 산수에게서 더 많이 정을 느끼고 싶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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