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24>安居樂業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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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느껴질 때는 산이나 강을 찾아 마음을 풀기도 한다. 이것은 잠시의 도피일 뿐이다. 그렇게 한다고 나의 신변이 정리되거나 세상사가 마음에 들게 변하지 않는다. 세상사는 어차피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이다. 나의 생각과 마음이 모두 옳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느끼는 일이 당연하다. 나의 평안의 기준이 모든 사람의 평안의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나에게 있다. 나에게 와야 한다는 법칙이 없는데 나에게 올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 나에게서 나가야 할 것이 있는데 나간다고 서운해 하는 모습은 모두 스산한 욕망의 결과일 뿐이다.

安居樂業(안거낙업)이라는 말이 있다. 安은 편안하다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편안하게 하다, 편안하게 여기다, 편안하게 생각하다는 뜻을 갖는다. 安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다라는 말이고, 安住(안주)는 사는 곳이나 처한 상태를 편안하게 여기다는 말이다. 居는 살다, 거주하다, 사는 곳, 삶이라는 뜻이다. 居處(거처)는 사는 곳이라는 말이고, 蟄居(칩거)는 숨어서 산다는 말이다. 蟄은 숨다는 뜻이다. 樂은 즐기다는 뜻이고 業은 직업, 생업,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安居樂業은 자신의 삶, 혹은 자신이 사는 곳을 편안하게 여기고 자신의 생업을 즐기라는 말이 된다. 내가 사는 곳이 불만스러운 사람은 마음이 사치스럽기 때문에 그렇다. 자신의 생업에 불만이 있다면 거의 모두 과분한 욕망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더 좋은 곳에 살고 더 좋은 삶을 살고 더 좋은 생업을 찾아도 곧바로 또 다른 불만에 쌓이게 된다. 영원히 불만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安居樂業, 지금의 삶을 편안히 여기고 지금의 생업을 즐기는 사람만이 행복을 느낀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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