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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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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자녀들은 그림을 잘 그릴까? 미술 교육을 받긴 받을까? 북촌미술관(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27일까지 마련하는 ‘부전자전-아빠 닮았네’전에 가면 답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화가 김종수(49) 씨와 아들 하림(11) 군, 안윤모(45) 씨와 딸 지민(11) 양, 최석운(47) 씨와 딸 수빈(11) 양, 조각가 한선현(39) 씨와 딸 서정(6) 양이 나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작은 드로잉과 유화 소품 등 모두 80여 점.
○ “손재주보다 상상력 키우는 교육 중요”
김종수 씨 부자의 그림은 서로 다른 꼴이다. 하림 군은 드로잉이나 붓질이 돋보인다. 소의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 ‘황소’ 등 여러 소품에선 만만찮은 ‘공력’도 보여 준다. 아버지 김 씨의 작품은 그에 비해 은은하다. 김 씨는 “아이가 세 살 적부터 그림을 그렸는데 드로잉 실력이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듯해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최석운 씨 부녀도 그림 스타일이 서로 다르다. 최 씨는 ‘빈 그릇 속의 돼지’ 등 해학이 깃든 유화를, 딸은 ‘꿈-아빠 작업실에서 그린 추상화’ ‘젖소’를 선보인다. 최 씨는 “어릴 때부터 내 작업실에서 함께 그린 그림 중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챙겨 뒀다”고 말했다.
안윤모 씨 부녀의 경우는 ‘닮은꼴’ 그림을 선보인다. 지민 양이 그린 ‘부엉이 가족’은 아버지의 ‘부엉이’와 비슷하다. 안 씨는 “작업실에서 ‘놀이’로서 그림을 그려 오다 보니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선현 씨의 딸 서정 양은 아직 어려서 아버지 그림을 따라 그리려고 한다. ‘낙하 염소’ 등 한 씨의 작품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딸의 시각에서 더 잘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네 명의 아버지한테 미술 교육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모두 “미술 교육이 잘 그리는 손재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이의 상상력을 저해하고 자신의 세계와 독창성을 계발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독서 등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화가라는 직업을 대물림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의견이 달랐다. 안 씨는 “아이가 미술을 한다면 내가 잘 아는 분야여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는 말을 많이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씨는 “작가로서 살아남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아이가 미술을 하게 되면 부녀전도 열고 싶다”며 크게 웃었다. 김 씨는 “전업 작가의 길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초중고교생 2000원, 어른 3000원. 02-741-2296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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