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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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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서 성호경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신라 향가인 ‘사뇌(詞腦)가’의 기원이 고대 페르시아라는 이색 주장을 펴 주목을 끌고 있다.
사서에 기록된 ‘사뇌가’는 ‘찬기파랑가’와 ‘보현시원가’ 등으로 모두 10구체 형태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국어학자 조윤제 씨는 “‘사뇌가’는 10구체 향가를 지칭하는 단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 교수는 “현전하는 9개의 향가 작품 중 앞의 2편만 ‘사뇌가’라고 지칭되었을 뿐 ‘혜성가’ ‘원왕생가’ ‘제망매가’의 경우 ‘사뇌가’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성 교수는 ‘찬기파랑가’는 화랑 기파랑에 대한 찬양을, ‘보현시원가’ 11수는 모두 부처에 대한 찬양과 기원을 나타내는 등 모두 찬양과 경배에 관련된 내용임을 지적했다. 따라서 ‘시ㅱ/시ㅱ’ 또는 ‘ㅱㅱ/ㅱㅱ’라는 말은 ‘찬양’의 뜻이거나 그에 가까운 뜻이라는 것.
이와 함께 성 교수는 페르시아어를 그 기원으로 지목했다. 기원전 3세기부터 쓰인 페르시아어의 로마자 표기인 ‘snay’라는 단어는 발음이 ‘쉬나이’ ‘쉬내’로 ‘사뇌’와 유사한 데다 그 뜻이 ‘찬양(하다)’ ‘화해·진정(시키다)’ ‘감사(하다)’ 등을 갖고 있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10행 내외로 발전한 조로아스터교의 찬가 등 고대 페르시아 시가들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백성들의 안락한 삶을 노래했다는 도솔가(兜率歌)의 ‘도솔’도 페르시아어로 ‘즐거움’을 의미하는 ‘두쉬’에서,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의 또 다른 표현 ‘박불구ㅱ(弗矩內)’는 고대 페르시아어에서 하늘을 뜻하는 ‘박(bagh)’과 아들을 뜻하는 ‘푸르(p´ur)’에서 왔다고 설명한다.
성 교수는 당시 페르시아 문화의 영향력을 보여 주는 사례로 경주 황남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커트 유리(cut glass)와 금제 팔찌 등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워낙 파격적인 탓에 학계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김영봉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원은 “어원의 유사성을 비교해 언어 관계를 설명하는 방법은 종종 쓰이지만 이러한 비교는 무리한 설정 같다”며 “양국의 역사관계가 좀 더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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