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깨끗함 그 이상의 ‘보드카’

  • 입력 2007년 3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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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도수 40도의 강한 술로 알려졌지만 마셔 보면 부드러운 술, 보드카. 칵테일 주재료로 많이 쓰인다.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 자주 등장하는 코즈모폴리턴, 영화 ‘히치’에서 주인공 윌 스미스가 애용한 클래식 마티니(왼쪽부터). 원대연 기자
알코올 도수 40도의 강한 술로 알려졌지만 마셔 보면 부드러운 술, 보드카. 칵테일 주재료로 많이 쓰인다.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 자주 등장하는 코즈모폴리턴, 영화 ‘히치’에서 주인공 윌 스미스가 애용한 클래식 마티니(왼쪽부터). 원대연 기자
무색 무미 무취 ‘3無의 유혹’… 차게 마셔야 제맛

“수많은 증류주가 있지만 보드카만큼 깨끗한 술은 없다.”

보드카 마니아 이석동(30) 씨의 보드카 예찬론이다. 이 씨는 기분 좋게 취하고 두통이나 뒤끝이 별로 없어 보드카를 자주 마신다고 했다.

약 30년 전 일부 특급호텔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보드카. 1990년대 후반 럼이나 진과 함께 칵테일의 베이스 술로 쓰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보드카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다양한 음료와 섞어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는 양주 대신 폭탄주를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2005년 기준으로 3만8000상자가 팔려 양주 시장의 1.3%를 차지했다. 1상자는 9L.

○원래 도수는 40∼65도

보드카는 12세기 러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이름은 ‘지즈네냐 보다’(생명의 물). 물이란 뜻의 ‘보다(voda)’에 작은 것을 의미하는 접미사 ‘카’가 붙어 현재의 보드카가 됐다.

최근 유럽에서는 보드카의 정의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폴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이 곡물이나 감자를 발효시켜 증류해야 진정한 보드카라고 주장한 것. 농산물로 만들면 된다는 현재의 개념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주장이 옳다면 포도 등 과일로 만드는 스페인과 헝가리산은 보드카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당연히 반대가 극렬하다.

보드카는 밀, 보리, 호밀, 감자, 옥수수 등으로 원액을 만든다. 이를 물로 희석해 자작나무 숯으로 만든 활성탄으로 여과한다. 이 과정에서 잡다한 맛과 냄새, 불순물을 제거한다. 여과 횟수가 많을수록 뒷맛이 깨끗하고 부드러워 좋은 보드카로 인정받는다.

19세기 후반 보드카의 알코올 도수는 40∼65도였으나 1902년 러시아 보드카의 알코올 도수가 40도로 정해졌다. 여기엔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의 공이 크다. 그는 물과 알코올 원액을 섞는 비율에 따라 보드카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상적인 보드카를 만드는 실험을 계속했다. 그 결과 ‘인간의 입맛에 가장 적합한 알코올 도수는 40도’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보드카를 스트레이트로 즐기려면 냉동고에 보관해 차게 마시는 게 좋다. 보드카는 기본적으로 무색, 무미, 무취지만 값싼 보드카일수록 알코올 냄새가 강하다. 고급 보드카는 상온에서도 알코올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통일된 등급기준은 없어

세계적으로 보드카 소비가 늘고 있지만 품질이나 등급에 대한 통일된 표준은 없다.

러시아에서는 수출 제품 중 우수한 품질의 보드카를 osobaya(special)로 분류한다. krepkaya(strong)는 알코올 도수가 표준 이상인 보드카를 뜻한다. 폴란드에서는 순도에 따라 디럭스, 프리미엄, 스탠더드로 나뉜다.

보드카는 러시아의 국민주로 불리지만 최근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올 1월 영국 유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보드카 판매량은 2000년 이후 15% 줄었다. 그 대신 브랜디, 데킬라 등의 판매량이 늘어났으며 맥주와 와인 소비도 증가세를 보였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1980년대 스웨덴산 앱솔루트가 진출하면서 보드카 시장이 커졌다. 1997년 프랑스 산 그레이 구스가 앱솔루트보다 80% 이상 비싼 가격으로 나오면서 고급 보드카 시장이 형성됐고 해마다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보드카를 이용한 칵테일이 인기를 끌면서 애호가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목 넘김 부드러울수록 고급▼

어떤 보드카가 좋은 보드카일까. 최고급 보드카의 하나인 그레이 구스의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 폴 프랜시스 씨가 보드카 선택 요령을 소개했다.

①보드카를 잔에 따라 기울여 본다. 품질이 좋은 보드카는 잔을 기울였을 때 액체가 천천히 미끄러진다.

②알코올의 독한 냄새가 덜 날수록 고급이다. 목구멍을 넘어갈 때 독한 알코올향이 덜 느껴지는 것이 좋다. 목 넘김이 부드러울수록 고급으로 분류된다.

③칵테일로 만들 경우 다른 재료와 보드카 자체의 풍미가 잘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맛이 배가되는 것이 좋은 보드카다.

④미국 주류 평가원, 월드 스피릿 챔피언십 등 세계적인 주류 평가대회의 수상 기록을 보면 해당 보드카의 객관적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⑤최고급 재료를 쓰는지, 몇 번을 증류했는지도 체크 포인트. 원액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깨끗한 물을 썼는지도 변수다.

⑥제조회사도 중요하다. 오랜 세월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 ‘나만의 칵테일’로 집에서 즐기세요▼

보드카와 부재료를 잘 섞으면 집에서도 맛있는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취향에 맞는 황금비율을 찾아 자신의 이름을 붙여 보자.

○클래식 마티니

▽재료=보드카 90mL, 마티니 베르무스 15mL, 올리브

▽만들기

①얼음으로 채워진 칵테일 피처에 베르무스를 넣고 저은 뒤 얼음만 남기고 베르무스는 버린다.

②피처에 보드카를 넣어 섞은 후 차게 식힌 마티니 잔에 붓는다. 올리브 장식으로 완성.

○스크루 드라이버

▽재료=보드카 30mL, 오렌지주스

▽만들기

①차갑게 식힌 잔(하이 볼 글라스)에 얼음 서너 개를 넣고 보드카와 오렌지주스를 붓는다.

②바 스푼으로 3, 4회 저은 후 오렌지로 장식한다. 다른 주스로 만들어도 맛있다. 자몽주스와 보드카를 섞은 뒤 잔 끝의 입술이 닿는 부분에 소금을 묻혀 즐기면 색다른 맛이 난다.

○코즈모폴리턴

▽재료=오렌지 보드카 90ml, 프리미엄 오렌지 리큐어 15mL, 크랜베리 주스, 라임즙

▽만들기

①칵테일 셰이커에 얼음을 넣은 뒤 오렌지 보드카, 오렌지 리큐어, 크랜베리 주스와 라임 즙을 넣고 흔든다.

②차갑게 식힌 마티니 잔에 붓는다.

○블랙 러시안, 화이트 러시안

▽재료=보드카 30mL, 칼루아 45mL, 우유

▽만들기

①얼음 4, 5개가 든 잔에 칼루아와 보드카를 넣고 휘저으면 블랙 러시안 완성.

②여기에 찬 우유를 추가로 넣으면 화이트 러시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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