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이 속된 도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분노’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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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살만 루슈디 지음·김진준 옮김/556쪽·1만4000원·문학동네

‘악마의 시’로 이슬람계의 분노를 사면서 오랜 도피생활을 해야 했던 살만 루슈디(60). 영국에서 지내다가 2000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이듬해 장편 ‘분노’를 펴냈다.

분노의 주인공은 인도 출신 학자 솔랑카. 교수를 그만두고 TV 인형토크쇼 기획자로 나선 그는 인형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대중의 값싼 취향에 분노를 느낀다. 살의에 가까운 화를 견디다 못해 미국으로 도피한 솔랑카는 그곳에서도 화려한 도시 뒤의 저속함을 보고 분을 가라앉힐 수 없다. 미국에서 만난 여성에게서 사랑을 느끼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은 구원이 될 수 없다.

인도 태생, 미국으로의 도피, 젊은 여인과의 만남 등 삶의 이력이 똑 닮은 주인공을 통해 루슈디는 물질문명의 그늘을 조롱하고 겉으로는 풍요로운 듯하나 속은 삭막한 인간의 모습을 블랙코미디로 묘사한다. 루슈디 작품은 까다롭기로 소문났는데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만한 게 무엇보다 큰 장점. 원제 ‘Fury’.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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