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작가회의’ 운동권 체질부터 바꿔야

  • 입력 2007년 1월 25일 0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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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문인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이름에서 ‘민족문학’을 떼어 내고 ‘작가회의’ 등의 새로운 명칭으로 바꾸기로 했다. 27일 정기총회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 단체는 1987년 ‘참다운 민족문학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창립됐다. 따라서 명칭에서 ‘민족문학’을 떼어 내는 것은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겠다는 뜻과 같다.

얼마 전까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 반대 시위에 참가하는 등 친북반미의 정치적 성향을 보여 온 이 단체가 돌연 방향 전환에 나서는 것은 뜻밖이다. 그러나 이 단체를 주도해 온 중견 이상은 명칭 변경에 부정적인 가운데 젊은 문인들이 적극 개명(改名)을 추진했다고 한다. ‘민주화와 통일운동이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민족문학이라는 이름을 떼고 가볍고 넓게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1980, 90년대 이 단체가 주도해 온 반(反)외세, 반자본주의 성향의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외면당하며 문학 전체가 침체에 빠진 현실이 작용했다. 그 자리를 비집고 일본 소설이 국내에 선풍을 일으키자 젊은 문인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더구나 이 단체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북한 문인들과 함께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을 주도하면서 문화계 안팎에서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았다. 문학을 공산혁명의 선전도구로 보는 북한에는 문학다운 문학이 없다. 있다면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선전선동이 있을 뿐이다. 남측 문인들이 북한 동포의 인권에는 침묵하면서 허구와 위선으로 가득찬 6·15민족문학인협회를 만든 것은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아무튼 지난 20년간 문단의 실세(實勢)이자 대표적 좌파단체로 군림해 온 민족문학작가회의가 개명하는 것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다른 좌파 문화단체뿐 아니라 좌파 진영의 진로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단체가 진정으로 변신의 길을 택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친북반미 등 그동안 보여 온 이념성향이 실제로 탈색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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