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는 미래-미래학 20선]<13>메가트렌드 코리아

  • 입력 200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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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 창조, 모험성이라는 특징을 지닌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산업, 소비자, 여성이 발전의 중심이 될 것이며, 그 조짐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래 예측은 사물이나 국가 혹은 추상적 개념인 문화라는 현상에 대해 사주풀이를 시도하는 것이다. 많은 서적들이 미래 예측이라는 화두를 껴안고 서점가의 권장 도서 목록에 포진해 있으나 지나치게 전문적인 서술 또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에 의존함으로써, 평범하지만 의욕적인 독자들의 기대를 외면하곤 한다.

‘메가트렌드 코리아’는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운세의 흐름을 짚어 들려주되 이야기 전개의 설득력과 깊이에서 차별화된다. 중산층 약화에 따른 거주 공간의 차등화부터 동북아시아의 다자주의화에 의한 정세 변화까지 다양한 소재를 제시한다.

여러 분야에 걸친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과학적이고 학문적으로 분석한 결과답게 현상에 대한 배경과 해설이 논리적으로 부합돼 신뢰를 준다. 주술적 예언이 아닌 직관적 창의성을 사용한 설득력 있는 전망을 바탕으로 앞으로 수십 년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사주풀이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북방 기마민족의 후예인 한국인이 오랜 정착 생활로 인해 억눌려 있다가 세계화와 디지털 혁명을 계기로 다시 피어난다는 당위론은 인상적이다.

이 책은 기존 제도의 붕괴를 역설한다. 정보혁명과 세계화는 사회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자본과 노동은 국경을 넘어서 ‘신중세주의’ 질서에 편입된다. 필요에 따라 기업과 사람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연극단 형식의 유목화가 활성화돼 소비 노동 여가 예술에서 고루 나타난다. 접속 문화의 발달과 자유화는 모든 구성원들의 관계를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만든다. 평생직장과 직업의 종결은 물론이고 ‘백년해로’ 대신 필요에 따라 합치고 헤어지는 결혼 개념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소위 ‘잡노마드’로 불리는 재능 많은 멀티플레이어들이 영역을 넘나들며 각광받는 동안 사회불평등은 심화된다.

이 책에 제시된 20개의 주제는 서로 독립적으로 보이나 집단보다 개인의 비중이 강화되는 일관된 현상을 바탕으로 한다. 정보와 지식이 통제력을 상실한 채 무한 공급되는 사회에서 정해진 기간의 학교 교육은 무의미해지고 개인의 역량은 평생 무한 팽창할 수 있다.

여기에 정보기술(IT)로 대표되는 통신 혁명이 개인들을 네트워크로 연결지을 때 정치 경제 종교 교육 가족으로 규정된 현 제도들은 무기력해진다. 중산층의 붕괴는 어쩌면 정보획득 및 활용 역량에 따라 사회 계층이 세분화된 결과일지 모른다. 출렁이는 부동산 시장은 지식과 정보의 독점을 더는 정부에 양보하지 않는 개인들이 연합해 제도에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이 책은 ‘틀리면 말고’ 식의 예언서가 되는 우매함을 피한다. 그 대신 미래의 거시적 흐름을 바라보는 혜안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개인마다 긍정적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재료로 활용하도록 독려하는 지침서를 자청한다. 광범위한 주제를 나눠 분석하는 것은 산만해 보일 수도 있으나, 이 책에서는 개체의 융화와 경계의 모호성이 부각되는 시대의 도래를 다양한 주제로 제시한다.

이우경 항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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