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25년 美‘원숭이 재판’ 종결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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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자들은 우리가 유럽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 결론지을 겁니다!”(브라이언)

“지금 이 법정에 소환된 것은 다름 아닌 문명이오!”(대로)

1925년 7월 미국 테네시 주의 작은 마을 데이턴에 세계의 눈길이 쏠렸다. 진화론자와 창조론자가 법정에서 맞붙은 ‘원숭이 재판(Monkey Trial)’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해 3월 테네시 주 의회는 공립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지한 버틀러법을 제정했다. 유럽에선 진화론이 정설로 굳어진 지 오래였지만 미국 남부에선 여전히 성경을 원론적으로 해석하는 근본주의자의 영향력이 강하던 터였다.

버틀러법에 반대하는 몇몇 사람은 일부러 법을 위반하자는 작전을 짰고, 24세의 고교 축구 코치이자 생물교사인 존 스콥스가 나섰다.

5월 25일 스콥스는 수업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검사는 세 번이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변호사는 약자 변론으로 유명한 클라런스 대로가 각각 맡았다.

7월 10일 시작된 재판은 ‘원숭이 재판’으로 불리며 방송에 중계되고 인구 18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브라이언이 “원숭이가 우리 조상이란 말인가”하고 비난하면 법정 안에서는 “아멘” 소리가 메아리쳤다. 대로는 “진화론 교육 금지는 반(反)문명적 발상”이라고 맞받아쳤다.

과학자를 증인으로 내세우려던 계획이 재판부의 거절로 좌절되자 대로는 브라이언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두 사람의 맞대결에는 5000여 명이 몰려들어 재판이 야외에서 열릴 정도였다.

대로는 이브가 정말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는지 등을 집요하게 물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다고 주장하던 브라이언은 심문에 말려들어 끝내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대답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다.

근본주의 바람이 거센 곳답게 7월 21일 배심원의 판결은 피고의 유죄였다. 스콥스에게는 100달러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브라이언은 선고 5일 후 숨졌다.

‘원숭이 재판’ 이후에도 버틀러법은 1967년까지 효력을 유지했지만 근본주의는 폐기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근본주의는 다시 살아났다. 때로 역사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간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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