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원에 낙찰받은 '천년차' 하동군에 기증한 이유

  • 입력 2006년 5월 21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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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세월과 장인의 정성이 담긴 '천년차'는 130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21일 오후 2시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하동 차(茶)문화센터 앞 무대에서 '제 11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의 특별 이벤트로 열린 천년차 경매장.

전상연 하동녹차발전협의회장이 500여 명의 관람객 앞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서울의 재단법인 명원문화재단에 낙찰됐다"고 발표하자 탄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경매 첫날인 19일부터 이 '명품'을 차지하기 위해 1001만 원, 1152만 원, 1155만 원 등을 써 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 응찰자 대부분은 차 재배농이나 연구가, 종교단체 등이었다.

잠시 뒤 명원문화재단 김의정 이사장은 "하동 녹차가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천년차를 하동군에 기증 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박수 속에 그는 "우리의 전통과 다도를 지키는 것을 기쁨으로 여겨왔다"며 "천년차는 세계 어디에도 없고, 하동차의 우수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 재단은 차 문화 보급과 정립 등에 주력하는 다례 교육기관. 김 이사장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27호 궁중다례보유자이며 재단 설립자인 명원(茗園) 김미희 선생의 둘째 딸.

천년차 경매는 계획 단계부터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동 녹차의 우수성을 알리고 '1000년 된 차나무에서 땄다'는 의미로 1000만 원부터 경매를 시작했지만 "너무 비싸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100g에 1000만 원이면 고급인 우전차(雨前茶) 보다도 100배 이상 비싸다. 녹차 명인의 손을 거쳐 백화점에서 팔리는 명품 녹차도 대부분 250만 원 안팎.

그러나 천년차는 여러 가지 가치와 희소성을 갖고 있다.

차 잎은 경남도 지정기념물 264호인 도심다원 대표 오시영(55) 씨의 차나무에서 땄다. 높이 4.2m, 둘레 57㎝로 국내 최고(最古)인 이 나무의 수령은 1000살을 헤아린다.

오 씨가 곡우 무렵인 4월 하순 새 순을 따 이달 초 정성들여 제조를 끝낸 이번 차는 부드러운 맛과 깊은 향이 일품. 또 이 차는 별도 주문제작한 나전칠기 차함과, 차통, 순금 20 돈으로 장식한 차 숟가락 등과 함께 경매됐다.

이 나무에서는 연간 200g 정도의 차 생산이 가능하지만 보통의 경우 차 잎을 따지 않는다. 기념물로 보호돼 있는데다 나무가 워낙 높아 자칫 나뭇가지 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이번과 같은 차 경매 계획도 아직은 없다.

하동군 최치용 녹차연구소설립팀장은 "기증자의 뜻을 살려 차문화센터 등에 전시할 예정이지만 보안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동=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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