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들, 뭔가 있다…‘왕의남자’ 폭넓은 공감대 얻어

  • 입력 2006년 1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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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판타지, 삼각관계의 애절한 멜로, 통렬한 권력 풍자 등 이 시대의 문화코드들이 각계각층의 다양한 반응 속에 배어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여성층은 연산을 사랑하는 여장 남자 광대 ‘공길’ 역의 신인 배우 이준기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반면 중장년층 남자들은 왕 앞에서 권력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광대들의 모습에서 현실과 맞물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말한다.

‘왕의 남자’ 신드롬은 관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 보름 만인 12일 현재 전국에서 367만 명이 관람해 사극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스크린도 개봉 당일에는 255개에 불과했으나 12일에는 348개로 늘었다.

예매 상황을 보면 20대와 30대를 정점으로 10대부터 50대까지 고루 퍼져 있고 예매율 역시 개봉 때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아졌다.

‘왕의 남자’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엔 이준기의 팬카페가 무려 50여 개나 생겼으며 ‘하늘아래 준기세상’이란 카페는 10여 일 만에 회원이 23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셋째 주 ‘일간 배우 검색 순위’에 10위로 처음 등장한 이준기는 27일 동안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왕의 남자’ 주제가 음반도 예스24 종합음반판매순위 3위, 교보문고 음반매장 OST 부문 1위를 기록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7일부터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 원작 연극 ‘이(爾)’는 연일 100%에 가까운 객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13일 인터넷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연극이 전체 공연 예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화평론가 강명석 씨는 “세대 간에 문화적 공감대가 거의 형성되지 않는 요즘에 다양한 세대가 ‘왕의 남자’에 저마다의 문화코드를 투영한 뒤 각자 이를 해석해서 얘깃거리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며 “이처럼 다성(多聲)적인 반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우리 문화상품이 지향해야 할 ‘콘텐츠의 힘’”이라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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