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익스’ 대학가요제 대상… 보컬 이상미 깜짝스타로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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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잘 부탁드립니다’로 대상을 받은 그룹 ‘익스’의 보컬 이상미 씨. MBC TV 화면캡처
2005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잘 부탁드립니다’로 대상을 받은 그룹 ‘익스’의 보컬 이상미 씨. MBC TV 화면캡처
“이상미가 누구야?” “‘익스’가 뭐지?”

지난 주말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한 사람들이 저마다 던지는 질문이다. 포털 사이트마다 ‘이상미’와 ‘익스’가 나란히 검색순위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5일 열린 2005 MBC 대학가요제에서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곡으로 대상을 받은 혼성 5인조 록그룹 ‘익스(Ex·expression의 약자)’와 보컬 이상미(李相美·22·경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씨.

‘안녕하세요∼/적당히 바람이 시원해/기분이 너무 좋아요. 유후∼’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익스’의 보컬 이상미 씨가 취업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을 살려 그룹 멤버들과 함께 만든 곡이다.

“벼락 인기예요. 벼락 인기….”

경북대 영남대 대구대 연합 록그룹인 ‘익스’의 멤버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광래(기타), 공영준(드럼), 박동휘(키보드), 이상미(보컬), 방지연(베이스) . 사진 제공 MBC

이 씨는 19일 인터뷰에서 “졸지에 스타가 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즐거워했다. 수상 직후 생긴 이 씨의 팬카페(cafe.daum.net/exsangmi)는 단 4일 만에 회원이 3만 명으로 불어났다. 그녀의 미니 홈피 방문객은 하루 평균 5만 명 이상.

“학교로 돌아오니 후배들이 ‘언니 이제 연예인 되는 거야’라고 묻더군요. 교수님들도 ‘너 대상 타는 거 보려고 잠도 못 잤다’고 자랑스러워하세요. 하지만 ‘학점은 안 봐주는 거 알지?’ 하시더라고요.”

이 씨는 “우리 노래가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 멤버들끼리 서로 말해 봤는데 결론은 단 하나, 시대상을 반영한 덕분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청년실업 문제를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다룬 것이 공감을 자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올해 초 한 기업에 첫 면접을 보러 갔지만 너무 떨려 밤새 준비한 것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 회사 문을 나섰다. 결과는 낙방. 그날 밤 친구들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 노래를 만들었다. ‘이젠 괜찮아요/딱 한 잔만 더 할게요/잘 부탁드립니다….’

“취업 준비생들은 자신보다 주위 시선이 더 부담스러울 거예요. ‘너 어디 됐느냐’라는 질문을 받는 게 정말 스트레스잖아요. 저도 사실 음악활동 하면서 천천히 취업하려고 했는데 주위 선배나 동기들이 좋은 회사에 합격하면 부러웠어요.”

이번 대학가요제 심사위원을 맡은 주철환(朱哲煥·50)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잘 부탁드립니다’는 대학생들이면 누구나 공감할 취업난, 청년실업 문제를 참신하고 발랄하게 표현해 10점 만점에 9.9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씨의 깜찍한 외모와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인기를 더했다.

“하하. 저 절대 안 귀여워요. 너무 털털해서 친구들이 ‘쌍마이’라고 해요. 제 이름 ‘상미’를 좀 험악하게 불러 생긴 별명인데 엄마는 그 별명 때문에 ‘너 이제 시집 다 갔다’라고 벌써부터 걱정하세요.”

이 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동네 친구들을 모아 인디 밴드를 만들어 활동했다. 록 밴드 ‘자우림’의 김윤아를 좋아하던 대학생 이 씨가 동아리 선후배 5명을 모아 ‘익스’로 꿈을 이룬 셈이다.

“대학가요제 출전 전까지는 좋아하는 음악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꼭 취업을 해서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유명해지니 어리둥절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잘 모르겠지만…. 어떤 일이 닥쳐도 노래는 꼭 계속하고 싶어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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