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린 사건은 실제로 있는 일이라 들었습니다. 극단적인 장면이었다 할지라도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연출 김석윤-이하 '올미다') 공식게시판이 때아닌 ‘패륜’논란으로 뜨겁다.
노처녀와 할머니 3인방들의 이야기를 적절히 버무려 마니아층의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일일 시트콤 '올미다'는 27일 방송에서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의 손자를 돌보는 시어머니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삽입했다.
문제의 발단은 이 에피소드 속 과격한 장면.
시어머니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손자가 식탁에 올라가 국솥을 엎어 가벼운 화상을 입자, 이에 격분한 며느리가 ‘애를 어떻게 봤냐’며 시어머니의 뺨을 때린 장면이 여과없이 방송된 것.
이를 본 많은 수의 시청자들은 “가족 오락 드라마의 소재가 너무 자극적이었다” “'사랑과 전쟁'이나 '사건 25시'를 보는 느낌이었다”며 소재의 부적절성을 꼬집고 나섰다.
또 “이런 일이 실제로 존재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모두 재연해서는 안된다. 할아버지의 유아 성폭행 사건도 '올미다'에서 재연할 것인가?”“공중파에서 그런 장면이 자꾸 방송된다면 패륜을 패륜으로 못느낄 지경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제작진을 힐난하는 의견도 상당했다.
일부에서는 “아들에게조차 외면받은 시어머니가 가출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잘못을 비는 아들내외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며 대안없이 문제제기로 끝낸 방송을 질책하기도 했다.
소수의 과격한 시청자들은 PD와 작가의 자질을 의심하며 KBS 징계 위원회에 직접 글을 남기고 제작진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격앙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다소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며 맞벌이 주부라고 밝힌 한 시청자는“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겼던 자신의 모습을 또 한번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제작진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김석윤 담당 PD는 “부모자식간의 갈등의 극단을 보여주고 싶었다” 는 요지의 글을 드라마 공식게시판에 남겼다.
“이 글은 회피하기 위한 해명의 글이 아니다. 27일 방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들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실화 허구에 상관없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의 극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날 방송을 녹화하고 편집하면서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져 어머니와 통화를 하기도 했다”면서 “많은 비난의 글들을 보면서 홀가분함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유나 스포츠동아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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