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미다’ 시어머니 뺨 때린 며느리 방송 논란

  • 입력 2005년 7월 28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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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소수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패륜적인 상황을 가족들이 함께 보는 시트콤에서 다뤄야 합니까?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드라마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했어야 합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린 사건은 실제로 있는 일이라 들었습니다. 극단적인 장면이었다 할지라도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연출 김석윤-이하 '올미다') 공식게시판이 때아닌 ‘패륜’논란으로 뜨겁다.

노처녀와 할머니 3인방들의 이야기를 적절히 버무려 마니아층의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일일 시트콤 '올미다'는 27일 방송에서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의 손자를 돌보는 시어머니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삽입했다.

문제의 발단은 이 에피소드 속 과격한 장면.

시어머니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손자가 식탁에 올라가 국솥을 엎어 가벼운 화상을 입자, 이에 격분한 며느리가 ‘애를 어떻게 봤냐’며 시어머니의 뺨을 때린 장면이 여과없이 방송된 것.

이를 본 많은 수의 시청자들은 “가족 오락 드라마의 소재가 너무 자극적이었다” “'사랑과 전쟁'이나 '사건 25시'를 보는 느낌이었다”며 소재의 부적절성을 꼬집고 나섰다.

또 “이런 일이 실제로 존재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모두 재연해서는 안된다. 할아버지의 유아 성폭행 사건도 '올미다'에서 재연할 것인가?”“공중파에서 그런 장면이 자꾸 방송된다면 패륜을 패륜으로 못느낄 지경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제작진을 힐난하는 의견도 상당했다.

일부에서는 “아들에게조차 외면받은 시어머니가 가출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잘못을 비는 아들내외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며 대안없이 문제제기로 끝낸 방송을 질책하기도 했다.

소수의 과격한 시청자들은 PD와 작가의 자질을 의심하며 KBS 징계 위원회에 직접 글을 남기고 제작진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격앙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다소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며 맞벌이 주부라고 밝힌 한 시청자는“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겼던 자신의 모습을 또 한번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제작진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김석윤 담당 PD는 “부모자식간의 갈등의 극단을 보여주고 싶었다” 는 요지의 글을 드라마 공식게시판에 남겼다.

“이 글은 회피하기 위한 해명의 글이 아니다. 27일 방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들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실화 허구에 상관없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의 극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날 방송을 녹화하고 편집하면서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져 어머니와 통화를 하기도 했다”면서 “많은 비난의 글들을 보면서 홀가분함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유나 스포츠동아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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