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 입력 2005년 7월 1일 0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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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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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는 아비는 약간 모자란다. 억척스러운 어미는 한쪽 팔과 한쪽 다리가 굽었다. 똑똑하던 딸은 물에 빠져 죽었다. 그리고 이 집안의 유일한 희망인, 장래 축구 스타가 돼 CF도 찍고 돈도 많이 벌어 효도하겠다던 금쪽같은 아들은 소아암에 걸렸다.

이쯤 되면 작가(이자 연출가)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듣기만 해도 갑갑하기 짝이 없는 이런 가족을 통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걸까?

제목만큼이나 ‘답이 나오지 않는’(눈먼 아비에게 길을 물어야 하다니!) 이 가족의 삶을 이 연극은 웃음으로 풀어낸다. 덕분에 관객들은 신산스럽기 짝이 없는 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낄낄대면서 본다. 그러나 그 웃음의 끝에서 관객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결말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 죽은 딸의 넋을 위해, 그리고 죽어가는 아들을 위해 아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누가 봐도 부족하기 짝이 없는 아비, 그 아비의 사랑이기에 관객의 가슴은 더 서늘할 수밖에 없다. 그제서야 작가의 속내를 알게 된다.

돈이 없다고, 배운 게 없다고 자식을 향한 사랑이 적으랴. 가족의 의미를 곱씹어 보고픈 관객에게 권할 만하다. 화∼금 7시반, 토 4시 7시반, 일 4시. 1만2000∼2만5000원.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02-762-919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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