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하는 DIY]아들 김민석 씨가 만든 천연화장품

  • 입력 2005년 2월 24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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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씨(왼쪽)가 이혜신 실장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에게 선물할 '스파 볼'을 만들었다. -사진제공 강병기기자
김민석 씨(왼쪽)가 이혜신 실장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에게 선물할 '스파 볼'을 만들었다. -사진제공 강병기기자
《이번 주에는 김민석 씨(19·한양대 법학과 입학 예정)가 어머니에게 생일 선물로 드릴‘DIY 화장품’ 만들기에 도전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그는 ‘DIY 코너’에 다음과 같은 참여 신청 e메일을 보내왔다. “…몇 달 전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께서 돌아가 셨습니다. 제 학비를 보태시려고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일찍 나가셔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오시는 어머니를 볼 때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에 맞는 어머니의 생신은 저와 어머니 단 둘만의 날이 될 것입니다. 제가 직접 만든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집에서 경기 의왕시의 천연 DIY 화장품 연구개발 업체인 하우연까지 가느라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그는 “어머니가 깜짝 놀라시도록 선물을 드릴 때까진 비밀로 할 것”이라고 했다. 민석 씨는 이 업체 이혜신 실장과의 상담을 통해 입욕제인 스파 볼(Spa-ball)과 로즈메리 샴푸를 만들기로 했다.》

○스파 볼 재료 섞기

베이킹소다, 전분, 구연산, 에센스 오일, 허브가루 등을 뭉쳐 만드는 스파 볼은 목욕할 때 욕조에 넣으면 아로마 향이 퍼지고 알칼리 온천 효과, 피부 유연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

먼저 베이킹소다와 전분, 구연산, 허브가루 등 분말재료를 섞는 간단한 작업으로 시작했다. 민석 씨는 허브가루 대신 장미꽃잎 말린 것을 골라 잘게 부쉈다. 차로도 달여 마시는 장미꽃잎엔 항균, 피부 진정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에센스 오일과 배스 오일 등 미리 준비해 둔 액상 재료를 혼합할 차례. 이 실장이 에센스 오일 종류 가운데 라벤더를 추천했다.

“고3 때 라벤더 오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놓으면 집중이 잘된다고 해서 해 본 적이 있어요.”(민석)

“그래? 그래서 집중이 잘되던?”(이 실장)

“아뇨. 잠만 오던데요.”(민석)

“그렇지? 집중해서 잠이 오지?(웃음) 라벤더 오일엔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라벤더 오일을 넣은 화장품을 1시간쯤 만들고 나면 졸릴 때도 있단다.”(이 실장)

티스푼에 오일을 계량하는 민석 씨의 손이 살짝 떨렸다. “어, 왜 이렇게 긴장이 되죠?” 멋쩍게 씩 웃었다. 분말을 섞어놓은 그릇에 혼합한 오일을 조금씩 부으면서 손으로 분말을 빙빙 휘저으며 섞고 손바닥으로 비벼 덩어리를 없앴다.

베이킹소다 1컵, 전분 2분의 1컵, 구연산 2분의 1컵, 배스 오일 1과 2분의 1티스푼, 에센스오일 2분의 1티스푼, 물 1과 2분의 1티스푼, 허브나 솔잎, 장미꽃잎 4분의 1컵

○볼 뭉치기

“자, 이제 여기서부터 기술이 필요한 단계니까 잘 보고 따라해야 돼.”

이 실장은 오일과 섞은 분말을 욕조에 넣기 좋은 크기만큼 손에 쥐고 손바닥으로 꼭꼭 눌러가며 볼을 뭉치는 시범을 보여 주었다. 이 실장의 손에선 스파 볼이 술술 빚어져 나오는데 민석 씨의 손에선 계속 부서진다. 밀가루 반죽이 아닌 탓에 손가락으로 누르면 금세 부서져 버린다. 모래를 다지듯 손바닥 전체로 꼭꼭 눌러 동글동글하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 30분 안에 빨리 볼을 뭉치지 않으면 가루가 말라 버린다.

네 번째 볼 뭉치기에서야 성공한 민석 씨는 “어머니가 족욕할 때도 쓰시도록 작은 볼도 만들어 보겠다”며 작고 앙증맞은 스파 볼 하나를 만들었다.

일단 마르고 나면 잘 부서지지 않지만 수분에 약하므로 물에 닿지 않도록 보관해야 한다.

라벤더 오일 스파 볼 8개를 만들고 난 뒤 페퍼민트 오일을 넣은 스파 볼 6개를 더 만들기로 했다. 민석 씨는 고3 수험생의 애환을 떠올렸다. “페퍼민트 오일은 귀밑에 발라야 되잖아요. 그런데 고3 때 졸음을 쫓겠다고 눈 밑에 발랐다가 화끈거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로즈메리 샴푸

이젠 샴푸를 만들 차례. 재료를 모두 식재료상에서 살 수 있는 스파 볼과 달리 샴푸는 화장품 전문 재료를 쓴다.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이 실장은 “물과 세정 성분을 섞어서 거기에 점도를 준 것이 샴푸”라면서 “물에다 꿀을 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물에 먼저 폴리쿼터를 푼 뒤 중탕으로 가열하고 여기에 허브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모두 섞는다. 로즈메리를 우려낸 물을 샴푸 용액에 넣고 잘 저어준다. 이 실장이 전문 재료들 중 판테놀이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는 고급 보습제라고 설명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민석 씨가 “조금 더 넣어도 돼요?”하더니 판테놀 병을 끌어다 샴푸 용기에 더 부어 넣었다. “우리 엄마 절약하신다고 좋은 거 별로 안 써보셨거든요. 제가 만들 때 좋은 걸로 해드려야죠.”

:로즈메리 샴푸 재료:

증류수 100g, 로즈메리 추출물 100g, 폴리쿼터 2g, 글리세린 13g, 판테놀 5g, LES 200g, CDA 50g, 구연산 5g, 벤조인수용액 25g

(취재협조=하우연 www.hauyon.net·031-424-1254)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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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아들로 자랄께요▼

어머니. 이번 달엔 축하할 일이 두 가지나 있었네요. 우선 어머니 생신이 있었고 제 졸업식도 있었죠. 정말 시간이 빠르네요. 생각해 보면 제가 어머니 생신을 제대로 챙겨드린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 민망합니다. 이제는 고3 수험생활도 끝났으니 어머니께 뭔가 해드리고 싶었어요.

어머니는 19년간 제게 모든 것을 주셨지요. 제가 수험생이 된 뒤로는 제 뒷바라지로 항상 힘드셨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3년간 노력하신 결과 저는 무사히 대학에 갈 수 있었답니다. 저의 졸업장의 절반은 어머니의 몫과도 같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저를 위해 희생하셨는데 저는 아직 어머니를 위해 많은 것을 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되네요.

어머니. 생신을 정말로 축하드리고, 사랑합니다. 어머니는 세상에서 제일로 멋지신 분입니다!

아들 민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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