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씨 ‘… 100년만의 친일선언’ 출간

  • 입력 2005년 1월 14일 18시 21분


“한낱 가수인 제가 ‘친일 선언’을 한다는 게 어쭙잖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친일’은 상징적인 말일 뿐이고 한마디로 일본을 다시 보자는 얘기죠. 100년 동안 소위 지식인들 중에 일본을 다시 보자고 공개 제안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비애를 느꼈습니다.”

가수 조영남(趙英男·60·사진) 씨가 ‘친일 선언’을 했다. 그는 책 ‘맞아죽을 각오로 쓴 100년만의 친일선언’(랜덤하우스 중앙)에서 “넉넉한 대국의 자세를 가진 일본에서 배울 게 많다”며 친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출간될 이 책에는 조 씨가 지난해 9월 ‘저팬 파운데이션’ 초청으로 일본에 체류하면서 느낀 현지의 밤 문화와 한류 열풍, 일본 영화 등을 기록했다.

그는 9일 방영된 MBC TV 다큐멘터리 ‘거울 속의 한일’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친일파로 소개했다. 이 방송을 본 누리꾼(네티즌)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과거 일본의 과오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느냐’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논란을 벌이고 있다.

조 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일본을 다시 보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에 있었던 그는 일본인들이 8강과 4강전에 진출한 한국팀을 응원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꽁’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대국적 자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전여옥(田麗玉) 한나라당 대변인이 KBS 일본 특파원 시절 느낀 점을 쓴 ‘일본은 없다’와 이어령(李御寧) 중앙일보 상임고문이 저술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한국인들에게 일본의 이미지를 왜곡시켰다고 지적한다.

“일본한테 얻어맞은 지 100년이 됐어요. 같이 놀자고 악수한 지도 40년 됐습니다. 제 60 평생을 숙명적으로 친미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일본을 외면해온 것이죠.”

조 씨는 “책이 서점에 나오면 조목조목 비판 의견이 나올 텐데 나름대로 반론을 적극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100년 만에 이런 일도 있어야죠. 이런 게 문화고 대화 아닌가요?”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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