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조승우, 세가지 색깔의 ‘아름다운 청년’

  • 입력 2005년 1월 4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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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승우(25)의 방에는 요즘 줄잡아 40∼50여 편의 공연 대본과 시나리오가 쌓여 있다. 모두 그의 출연을 애타게 원하는 제작자들이 보내온 것이다.

그는 올해 공연계는 물론 영화계에서까지 큰 활약이 기대되는 인물이다. 신년벽두부터 잠잘 시간도 모자랄 만큼 스케줄에 쫓기는 그에게 대본 검토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조승우는 요즘 세 사람의 삶을 산다. 고결한 영혼의 ‘헨리 지킬’ 박사, 광기에 사로잡힌 ‘에드워드 하이드’, 그리고 다섯 살 지능의 순수한 자폐 청년 ‘초원’. 이 틈에서 개인 ‘조승우’는 없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공연이 끝나는 2월14일까지 아예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를 ‘일시 정지’ 시켜 놓았고, 공연 후에 찾아오는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 지킬-하이드-자폐아 ‘열정의 연기’

지난해 12월23일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을 시작한 이후 그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무대에 섰다. 공연이 없는 날엔 영화 ‘말아톤’(27일 개봉)의 후반작업 녹음을 했다.


깨끗하고 맑은 지킬의 목소리나, 음습하고 어두운 하이드, 그리고 쥐어짜듯 높은 톤으로 말하는 초원까지 모두 평상시 그의 자분자분한 목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다보니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공연이 없는 월요일(3일) 오전 병원에 다녀왔다는 그는 “말을 하면 목이 따끔따끔해 의사가 최대한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양해를 구한 뒤 예정돼 있던 인터뷰를 e메일로 대신했다.

현재 목 상태에 대한 첫 질문에 그는 “새해 첫날 공연 때 너무 목이 안 좋아서 반음 낮춰 불렀는데 한 회만 그렇게 불렀고 지금은 다시 원음대로 한다”며 “겨울이라 난방 된 공연장이 건조해 목에 부담이 더 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연 때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무대 위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동선을 다시 짰던 것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영화 ‘말아톤’을 위해 매일 꾸준히 7, 8km씩 뛰며 체력을 단련한 덕분에 몸무게 변화는 없다”고 했다.

○ 매년 뮤지컬 1편-영화 1편 출연

공연계에서는 전석 매진, 전회 기립박수 등 과열 양상을 보일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그이지만 영화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그런 그에게 자폐증 청년이 마라톤을 완주한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 ‘말아톤’은 “조승우가 적역을 만났다”는 평과 함께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바깥 세상에 대해 굳게 닫혀 있던 초원이 마침내 엄마의 손을 놓고 홀로 42.195km의 기나긴 레이스를 시작하는 내용의 예고편만 보고도 벌써부터 ‘가슴이 찡하다’ ‘눈물이 나오더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말아톤’은 정말 많은 기억과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3개월간 최선을 다해 정말 열심히 ‘달린’ 영화죠.”

2000년 데뷔 이후 그는 해마다 뮤지컬 1편, 영화 1편을 해 왔다. “일부러 그렇게 정해 놓고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습과 촬영을 하다보면 방송 드라마에 출연할 틈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가 그의 스타일이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니까.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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