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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25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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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공동선언문 초안에서 중국 주도로 내년 10월 하이난(海南)섬에서 세계불교포럼 창립행사를 갖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요청했다. 중국은 현재 하이난섬 앞바다에 108m 높이의 불상을 세우는 것을 비롯해 수천억원을 들여 대규모 불사(佛事)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세계불교포럼이 창립되면 매년 포럼을 개최해 세계 각국의 스님과 불교학자 등을 초청하는 등 중국 불교를 세계에 알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단장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법장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중국 단독의 세계불교포럼 창립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측 사무총장을 맡은 홍파 스님(관음종 총무원장)은 공동선언문 사전 협의에서 “중국이 단독으로 세계불교포럼을 창립하려는 것은 지난 10년 동안 유지해 온 3국간의 불교 교류정신에 어긋난다”면서 3국이 추후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동선언문에는 한중일 3국이 세계불교포럼 창립을 추진해나간다는 원칙적 내용만 담았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100여명, 중국 200여명, 일본 100여명 등 500여명의 스님과 불교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3국 참석자들은 세계평화 기원법회와 토론회를 갖고 테러 방지 등 세계평화와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 제8차 3국 불교우호교류회의는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회의에서 불교를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자 한일 불교계는 긴장하고 있다. 공산화 이후 불교 전통을 파괴했던 중국은 세계 불교계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1998년부터 매년 40∼50명의 스님을 한국에 연수생으로 보내 한국 불교의 장단점을 파악해 갔다. 원행 스님(치악산 구룡사 주지)은 “중국이 전체 인구의 약 11%(1억5000만명)인 현재의 불교도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는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를 위해 전국 곳곳에 대규모 사찰을 짓고 불교경학원 등에서 많은 승려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법현 스님(태고종 교무부장)은 “한국이 중국의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단이 단합해서 경학, 참선, 사회복지 등에서 중국보다 앞선 한국 불교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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