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연극 ‘아트’…수컷들의 수다에 웃음보 터지네

  • 입력 2004년 9월 13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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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토요일 출연팀인 이남희 유연수 정보석(왼쪽부터)의 ‘아트’ 공연 장면.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화목토요일 출연팀인 이남희 유연수 정보석(왼쪽부터)의 ‘아트’ 공연 장면.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아트’는 세 남자의 우정을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잘나가는 피부과 의사인 수현이 1억8000만원을 주고 산 그림을 전문대 교수인 규태가 “흰 판때기”라고 혹평하면서 해묵은 갈등이 표면화된다. 소시민인 문구점 주인 덕수는 두 친구를 화해시키려다가 되레 무시당하고 세 친구의 20년 된 우정은 깨질 위기에 처한다.

등장인물은 남자 3명뿐. 무대의 변화도 없다. 공연시간 1시간 40분은 세 남자의 쉼 없는 수다와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말다툼으로 채워진다. 재미있을까? 평일에도 객석을 빼곡히 메운 관객들은 연방 터져 나오는 웃음과 박수로 호응한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쓴 이 연극은 현대 추상화 한 점을 통해 예술적 취향 속에 숨겨진 ‘경제적 계급의식’까지도 건드리지만, 단순히 남자들의 미묘한 우정과 경쟁심리로만 봐도 충분하다.

“이 작품은 해체주의적 관점에서 봐야 해.”

“해체주의? 그 순간부터 우리는 ‘해체’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 작품의 흥행 비결은 이처럼 감칠맛 나게 번역된 위트 있는 대사와 호흡이 잘 맞는 캐스팅에 있다. 정보석 이남희 유연수가 출연하는 화목토팀과 권해효 조희봉 이대연의 수금일팀 등 두 팀은 각기 다른 빛깔의 연기를 펼친다. 티켓 판매액도 엇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배우의 캐릭터에 따라 팀별로 웃음이 터지는 지점이 다르다. 정보석이 연기하는 규태는 예민하고 심각한 반면 권해효의 규태는 좀 더 코믹해 대사나 표정에서 웃음을 이끌어낸다. 이남희의 수현은 얄밉고 조희봉은 보다 다혈질이다. 그러나 두 팀을 통틀어 가장 돋보인 배우는 10분에 가까운 코믹한 대사를 물 흐르듯 처리하는 덕수 역의 유연수다.

잘난 친구들 사이에 끼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덕수 역을 그는 흡사 맞춤옷을 입은 것 마냥 편하게 연기해 이 작품 한 편으로 관객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다음달 3일까지. 02-764-8760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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