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이야기, 그래서 더 편안한…두 구상화가 개인전

  • 입력 2004년 7월 1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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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걸어야 할지, 어느 곳에 놓아야 할지 어리둥절한 미술작품이 많아서인지 요즘에는 쉬운 그림, 편안한 그림에 대한 갈증이 크다. 사람 사는 것도 복잡한데 그림까지 복잡해서야…. 이런 점에서 삶의 다양한 편린을 삽화처럼 쉽고 밝게 표현한 그림들로 두꺼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수동 육심원 두 구상화가의 개인전이 주목된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동씨(45)의 그림에는 동화나 시구를 응축시켜 놓은 듯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흰 구름 떠 있는 푸른 하늘 아래 나무꼭대기에 시인이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가 하면 초승달 아래 눈 쌓인 들판 사이로 난 오솔길로 손톱만 한 크기의 여자가 길을 떠나기도 한다. 자작나무 숲이나 흰 눈이 쌓인 숲 속, 잔잔하고 평화로운 수면(水面), 구름과 꽃이 있는 풍경에 조그맣게 그려진 남녀가 뒷모습을 보이는 화면들에는 사랑과 연애, 삶의 고독함과 쓸쓸함, 만남과 헤어짐이 담겨 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씨(경기대 교수)는 “그의 그림 속 자연을 통해 주체 못할 슬픔 상처 연민이 치유된다. 그리하여 다시 이 통속적인 삶을 싱싱하게 만들어 아직은 그래도 살 만한 삶 속으로 나를 밀어 넣을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고 평했다.

시인 달 자작나무 등을 소재로 한 ‘시인의 의자’ ‘마중’ ‘꿈’ ‘달’ ‘기다리다’ 등 20여점이 전시된다.

15∼28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 02-732-3558

14∼3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AM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갖는 육심원씨(30)는 여자만을 그리는 독특한 화가. 그가 그리는 여자들은 소위 ‘얼짱’이 아니다. 쌍꺼풀도 없고 눈초리도 처지고 코도 뭉툭해 못생겼다고 느낄 정도다.

그럼에도 그림 속 ‘그녀들’이 예쁘고 귀엽고 섹시해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수천가지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미묘한 표정에 주목한 작가는 내숭떨고, 펑펑 울고, 깔깔거리는 여자의 온갖 감정을 일상 이야기에 담아 화폭에 실어냈다.

‘화장하는 여인’은 누굴 만나러 가는지 열심히 메이크업에 몰두해 있는 두 볼이 발갛게 상기된 여자를 그렸다. ‘일요일 오후 3시’는 맞선 본 뒤 좌절한 여자의 우울한 표정을 담았다. 붉게 염색한 머리에 가슴이 깊게 파인 붉은 윗옷을 입고 와인잔을 치켜든 여인의 고혹적인 표정을 그린 ‘한잔 하실래요’나 양손을 얼굴에 포개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수줍어하는 표정을 담은 ‘좋아라’의 여인들에선 색기 발랄함마저 느껴진다.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육씨는 두꺼운 조선종이인 장지(壯紙)에 채색을 해 무지개처럼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화면을 만들어 냈다. 02-735-4354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이수동 작'휘영청'(왼쪽.2004년).육심원 작'화장하는 여자'(1999년). 두 작가는 삶의 다양한 편린들을 삽화처럼 쉽고 밝게 표현한 따뜻한 그림들로 두터운 펜층을 확보하고 있다.-사진제공 노화랑(왼쪽) 갤러리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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