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正歌劇으로 되살아난 황진이

  • 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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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극 ‘선가자 황진이’의 제작진들은 4월 전남 담양의 소쇄원을 찾았다(사진위). 왼쪽부터 황진이역의 이준아, 서경덕역의 이정규, 황진이역의 조일하씨(사진아래). 유윤종기자
정가극 ‘선가자 황진이’의 제작진들은 4월 전남 담양의 소쇄원을 찾았다(사진위). 왼쪽부터 황진이역의 이준아, 서경덕역의 이정규, 황진이역의 조일하씨(사진아래). 유윤종기자
유장하고 정적인 시조창, 흥겨운 리듬이나 극적인 기복도 거의 없는 선비들의 노래를 극으로 만들면 어떤 모습이 될까.

국립국악원이 이 새로운 실험에 도전한다. 18일부터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르는 정가극(正歌劇) ‘선가자(善歌者) 황진이’.

아름다웠을 뿐 아니라 풍류와 멋을 알고 시대를 즐길 줄 알았던 재주 많은 여인 황진이의 삶을 통해 우리의 선비문화를 되돌아보는 무대다. 극은 황진이가 서경덕을 찾아와 제자 되기를 청하는 것으로 시작해 당대의 걸출한 문사 가객들과 교유를 나눈 뒤 끝없는 길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극의 바탕이 되는 노래 자체가 정적이어서, 극으로 구성하는 데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결과 곡절이 많았던 황진이의 연애담은 거의 뺐어요. 대신 평생 자신을 알아줄 이, 즉 ‘지음(知音)’을 찾아 방황했던 그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연출을 맡은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변화를 많이 주지 않고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정적인 무대를 꾸밀 생각이다. 다채로운 춤을 곁들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연주석도 무대 위로 올려 배경의 일부로 활용한다.

출연진과 연출자들은 가사문학의 전성기이기도 했던 황진이 시대의 멋과 풍류를 느끼기 위해 4월부터 연습 틈틈이 한시 특강을 들었고, 가사문학의 대가들이 즐겨 찾았던 전남 담양의 소쇄원(瀟灑園)을 찾아 워크숍을 갖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는 정가에 관한 한 내로라하는 우리 시대의 가객(歌客)들이 거의 전부 출연한다. 무형문화재 가곡 보유자 김영기씨를 비롯해 가곡 보유자 후보인 이동규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 그 밖에 가곡 가사 이수자와 전수자들이 총출동한다. 기생 시절의 황진이는 무형문화재 가곡 이수자인 황숙경씨, 기생을 그만둔 뒤의 황진이 역에는 가사 이수자 이준아씨, 가곡 이수자 조일하씨가 연령대별로 역을 나눠 맡는다.

서울 공연을 마친 뒤 전북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도 공연이 열린다. 서울 공연 18∼20일 오후 7시반 국립국악원 예악당, 남원공연 7월 1일 오후 7시. 1만∼5만원. 02-580-330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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