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컬렉터]<3>장난감 로봇 수집가 백성현 교수

  • 입력 2004년 5월 28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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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전문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백성현 교수(54)는 ‘장난감 로봇’을 모은다. 10여년 동안 40여개국에서 제작한 로봇을 3500여점이나 모았다.

“80년대 무역상사 파리 지사장을 하면서 평범한 물건 하나하나에 ‘문화’가 숨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시간과 흔적을 소중히 하는 프랑스 수집가들을 보면서 나도 수집을 통해 문화체험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지요.”

처음엔 그림 고문서 등 외국 사람들 눈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들을 모으는 것으로 컬렉션을 시작했다가 차츰 세계적인 것, 미래적인 것으로 관심이 변해 갔다. 결국 종착한 수집품은 ‘로봇’.

앤티크 로봇은 아름다운데다 경매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져 부지런히만 하면 입수가 쉬웠다. 로봇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미래와 첨단을 향한 인간의 상상력을 담은 것이라는 깨달음도 로봇에 매혹된 이유다. 그는 “로봇 변천의 역사에는 우주와 신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도전, 창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자신의 로봇 철학을 설명한다.

백 교수는 이달 초 서울 대학로 뒷골목에 ‘로봇박물관’(02-741-8861)을 세웠다. 박물관의 전시품 중 가장 역사가 오래 된 것은 ‘오즈의 마법사’ 초판본(1900년)에 그려진 양철 로봇 ‘틴 맨’ 그림. 얼굴과 몸통을 네모난 깡통 두 개로 구성한 이 고전 로봇 그림을 백 교수는 파리 외곽 한 시골마을의 ‘창고 세일’에서 입수해 자신의 박물관에 전시했다.

독일이 주도권을 쥐었던 로봇산업은 미국으로 넘어간다. 슈퍼맨과 배트맨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를 이어받은 나라가 일본. 패전의 열등감을 치유하고 부국강병의 에너지를 모으자는 국민적 합의가 ‘아톰’ ‘마징가 Z’ ‘그랜다이저’를 탄생시켰다.

한국에서는 6·25전쟁 직후인 1955년 만화가 이윤기씨가 ‘로벗트’라는 제목의 만화를 그렸다. 이어 70년대 등장한 토종 로봇 ‘로보트 태권V’는 투구와 갑옷에 한국의 태권을 접목시켜 한국 로봇문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요즘 국내외 로봇 제작 추세는 여전사의 이미지를 강조한 ‘섹시로봇’이라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수집가에게는 항상 최고의 것을 모은다는 철저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백 교수는 자신의 수집 노하우는 가장 아끼는 것을 상대방에게 내놓는 ‘포로교환’ 방식이라고 털어놨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이달 초 서울 대학로에 ‘로봇박물관’을 세운 로봇 컬렉터 백성현 교수가 박물관에 전시된 로봇들 앞에 서 있다. 10여년간 모은 로봇이 무려 3500여점에 이른다.-이훈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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