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감]근거도 없는 특별격려금 4년간 81억 지급

  • 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48분


감사원이 21일 발표한 한국방송(KBS) 운영실태에 대한 특감결과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기업 KBS가 구조조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사장이 전권을 쥐고 노조와 함께 방만 경영을 부추긴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무풍지대=외환위기 이후 KBS의 전체 인력은 1998년 5329명에서 지난해 5127명으로 202명(3.7%) 줄었지만 고참 과장급 이상 간부 직원들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장급은 119명으로 정원(95명)보다 24명이 더 많았다. 정원이 306명인 부장급도 339명으로 정원보다 33명이 더 많다.

KBS는 또 1989년 도입된 전문직에 전문성과는 동떨어진 고참부장이나 국장을 임용하는 편법도 썼다. 전문직 제도는 대기자나 대PD, 전문아나운서, 심의위원, 해설위원, 해외지국 주재 특파원 등을 활용하는 제도로 지난해 말 현재 전문직은 126명으로 정원(53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아나운서를 프로그램 심의위원으로, 회계직 국장을 주차관리 전문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1억300만원이었다.

▽25개 지역방송국은 ‘돈 먹는 하마’=감사원은 1999년과 2002년 2차례 지역방송국 통폐합을 권고했지만 KBS는 이를 무시했다.

KBS1 TV의 경우 16개 지역국의 운영비가 지난해 800억원이었지만 평균 프로그램 제작비율은 전체 프로그램의 1%에 불과했다. 이 중 6개 지역국은 아예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전무했다. KBS2 TV도 총국을 포함해 25개 지역국이 모두 자체 제작을 하지 않았다.

특히 1247억원을 들여 만든 수원의 드라마 제작센터(부지 16만m², 건축연면적 7만여m²)에는 매달 관리비만 51억원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사용률은 8∼41%에 그쳤다. 감사원은 “KBS는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 여의도 본사에 사무실 2181m²를 증축하고, 2700억원이 소요되는 멀티미디어센터 신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방만한 투자 행태를 지적했다.

▽직원 복리후생비로 ‘펑펑’=2002년 6월 월드컵 축구 광고특수로 세전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자 예비비 109억원을 전용해 특별성과급 215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또 회사 정관이나 사규에 특별격려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는데도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전 직원에게 특별격려금 81억원을 지급했다.

다른 공기업들이 모두 폐지한 퇴직금 누진제도를 그대로 유지, 지난해 말 현재 퇴직급여충당금은 필요액보다 38억원이나 더 많이 적립됐다.

또 대학생 자녀 학자금 대여 규정을 고쳐 직원 955명에게 2002년 대학학자금 47억원을 무상으로 지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사내복지기금의 경우 세전 순이익의 5%를 출연하기로 한 규정을 어기고 55억원을 더 출연했다. 이 밖에도 정부투자기관들이 모두 폐지한 개인연금을 위해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380억원을 지원했다.

또 감사원이 폐지 권고한 보건휴가와 장기근속 휴가를 그대로 둬 직원들이 유급휴가를 쓰지 않고 받은 휴가수당으로 2002년 276억원(1인당 514만원)이 지출됐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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